글로벌 기업 1분기 성적, 혁신에 웃고 방심에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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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3D앞세운 삼성ㆍLG 승리
PC, 에이서 등 중화권 급부상
자동차, 포드 발빠른 개혁 결실
'혁신 제품과 공격적 투자가 승부를 갈랐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성적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평가다. 금융위기로 대부분 움츠려 있을 때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해온 기업들이 올 1분기 찾아온 호황을 누린 승자가 됐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애플 등은 아이폰,아이패드,3차원(D) TV,LED(발광다이오드) TV 등 혁신 제품을 앞세워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금융위기 때 빠르게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공격 투자에 나선 포드와 폭스바겐,인텔도 1분기 빼어난 실적을 냈다. 에이서,아수스 등 중화권 업체들이 약진한 반면 이달 중순께 실적을 내놓을 도요타,소니,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은 다소 부진한 성적이 예상되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금융위기의 승자 삼성전자 · 애플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전자의 매출은 314억9000만달러다. 결산 기간이 다르지만 1분기(2009년 11월~2010년 1월)에 311억8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HP를 제치고 전자 업계 1위를 굳힌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매출에서 처음으로 HP를 앞섰다. 영업이익은 40억달러로 인텔(34억5000만달러),애플(39억8000만달러)보다 많았고 51억7000만달러를 올린 마이크로소프트(MS)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 신드롬까지 일으킨 애플도 전년 대비 50% 늘어난 135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29.5%로 삼성전자(12.7%),HP(9.6%) 등 다른 하드웨어 업체를 크게 앞질렀다. 외형에서는 애플에 밀렸지만 인텔도 33.5%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며 반도체 시장 강자의 체면을 살렸다.
◆삼성 · LG 양강 체제 굳어진 TV시장
TV시장에선 삼성전자,LG전자가 소니를 따돌리며 양강 체제를 굳히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 1분기 각각 840만대와 600만대의 평판 TV를 판매,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각각 19.4%,13.9%로 끌어올렸다.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 모두 1분기 기준 역대 최다 판매량을 달성했다. 반면 다음달 실적을 내놓을 소니는 약세가 예상되고 있다. LED TV에서 삼성,LG에 기선을 내준 데 이어 TV 호황기로 꼽히는 남아공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올해 화두가 된 3D TV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다. 소니는 지난해 세계 평판 TV 순위서 3위로 내려앉았다.
◆PC 새 강자 에이서
PC 시장에선 중화권 업체들의 부상이 눈에 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발표에 따르면 대만 에이서는 지난 1분기 14.2%의 글로벌 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 자리를 굳혔다. 1위 HP(18.2%)와의 격차도 4%포인트 이내로 줄였다. 대만의 아수스(465만대)는 도시바(462만대)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톱5'에 첫 입성했다. 2위 에이서,4위 레노버,5위 아수스까지 중화권 업체들이 상위권을 독식했다. 에이서 아수스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넷북(소형 노트북PC) 등 저가형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포드 뜨고 도요타 지고
자동차 업체 중 1분기 가장 좋은 실적을 낸 곳은 미국 포드다. 포드는 올 첫 분기 총 125만여대를 판매했고 순이익도 21억달러를 기록했다. 6년 만의 최고치로 미국 내 점유율을 1977년 이후 가장 높은 16.6%까지 끌어올렸다. 경쟁사인 GM이나 크라이슬러보다 한발 앞서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데다 침체기 때 공격적 투자에 나섰던 게 결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폭스바겐그룹도 1분기 전년 동기보다 두 배 늘어난 8억4800만 유로의 영업이익을 냈다. 폭스바겐그룹이 최대 실적을 낸 것은 중국 시장에 집중한 덕분이다.
반면 세계 1,2위를 다퉈온 도요타와 GM은 1분기 실적개선에도 불구하고 정상 궤도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에서 승부 갈린 철강업계철강시장에서는 수익 창출력에 따라 판도가 바뀌고 있다. 생산규모 세계 1위 업체인 아르셀로미탈과 일본 신일본제철 등이 금융위기 이후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포스코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효율성을 바탕으로 빠른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소규모 감산만으로 위기를 돌파한 포스코는 올 1분기 경쟁사보다 세 배 이상 높은 11.7%의 영업이익률을 냈다.
김태훈/조재길/장창민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