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은행 中企대출 '외면'

두달간 1조 줄여…대기업엔 확대
시중은행들이 최근 대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늘린 반면 중소기업대출과 가계신용대출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나 담보가 없는 가계는 여전히 은행 돈을 빌려 쓰기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 신한 · 우리 ·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원화대출 잔액은 지난달 28일 현재 523조5327억원으로 한 달 전인 3월 말보다 1조3600억원(0.26%) 늘었다. 시중은행의 원화대출은 작년 11월 말 529조278억원에서 석 달 연속 감소하면서 2월 말 520조7929억원으로 줄어들었다가 3월에 증가세로 돌아서 두 달째 1조3000억원대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대기업대출이 지난달 말 44조9702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조4266억원(3.27%) 늘어,넉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주택담보대출은 178조9955억원으로 2197억원(0.12%) 늘어나면서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증가폭은 전월의 7219억원보다는 적었다.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2254억원(0.1%) 줄어든 206조6370억원으로,두 달간 1조800억원 이상 감소했다. 가계신용대출은 64조4272억원으로 4024억원(0.62%) 축소됐다. 가계신용대출은 작년 12월 이후 다섯 달째 감소세를 유지했다. 이는 은행들이 최근 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기업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기업대출이 늘어난 것은 경기가 점점 회복되고 있는 데다 금리가 쌀 때 미리 대출받으려는 일부 대기업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신규 분양 아파트 입주가 대거 이뤄지면서 집단대출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나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탓에 신규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많지 않다고 은행들은 설명했다.

반면 금융당국이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유동성을 많이 풀어놨어도 중소기업과 담보가 없는 가계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다. 은행들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자료를 보면,4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은 지난해 3월 말부터 1년간 총 2조6000억원(1%)가량 감소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