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유유출 쇼크…남부 4개州 비상사태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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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 30억弗 손실…사상최악 될듯지난달 20일 미국 멕시코만 석유시추시설 '딥 워터 호라이즌'의 폭발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오바마 늑장대응 비난 빗발
AP통신과 CNN머니 등 주요 외신들의 2일 보도에 따르면 기름띠는 미 남부 루이지애나주부터 플로리다주 앞바다까지 약 2만2000㎢에 걸쳐 형성돼 있으며,빠른 속도로 미시시피강 하구로 접근 중이다. 미 해양대기청(NOAA)은 "사고 지역의 하루 평균 원유 유출량이 당초 예상치보다 다섯배 많은 5000배럴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앨라배마주 현지신문인 '모바일 프레스 리지스터'는 1일 NOAA의 기밀문서 내용을 인용해 "유출 지점 2곳이 추가로 확인돼 기름 유출량이 현재보다 10배가량 더 많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AP통신 등은 앞으로 이 같은 유출 추세가 약 두 달 동안 계속된다면 과거 미 역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로 기록됐던 1989년 유조선 엑슨 발데즈호의 유출량 26만배럴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기름띠가 미 남부 해안과 육지를 위협하면서 루이지애나와 플로리다,앨라배마와 미시시피 등 미 4개주는 1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특히 루이지애나주의 경우 어업 규모가 연 30억달러(약 3조3400억원)에 달하고,미국에서 유통되는 굴과 새우의 약 30%를 공급하고 있어 이번 사태로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 백악관은 이번 사태가 '제2의 카트리나'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원유 유출 피해지역 상당수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로 폐허가 됐던 곳이기 때문이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카트리나 복구 관련 초기대응이 늦어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일 멕시코만 기름유출 피해지역을 긴급 방문해 사태 파악과 민심 진정에 나섰지만 사고발생 후 열흘 넘게 지나서야 대책 마련에 선 정부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특히 지난달 1일 오바마 행정부가 29년 만에 미 동부연안 원유 및 천연가스 시추를 허용하기로 결정한 뒤 한 달 만에 사고가 터짐에 따라 환경보호론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미 해양굴착업체 트랜스오션에서 '딥 워터 호라이즌'을 임대해 운영을 맡아왔던 영국 BP도 이번 사태로 3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CNN머니가 보도했다. BP 주가는 기름유출 피해 복구의 장기화와 미 어민들의 줄소송에 따른 도덕성 타격 우려 등으로 영국 증시에서 최근 5거래일 동안 13% 급락했다.
또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지난달 30일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물 가격은 1.15%(0.98달러) 오른 배럴당 86.15달러를 기록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