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버핏 추종자 늘어나는 이유

중국 광둥성에서 5살 때 미국으로 이민 온 마이클 리우씨(53)는 13년째 한 해도 빠짐없이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리는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장을 찾는다. 주총 다음 날인 2일 벅셔 자회사인 보석가게 보셰임에서 만난 그는 지갑을 펴보이며 2002년 주총장에서 워런 버핏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그는 버핏을 보면 마냥 즐겁다고 한다.

버핏에 매료된 이유를 물었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일생을 통해 정직하게 부를 쌓았고 큰 돈을 벌고도 순수함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13년 전 B클래스 주식을 매입한 그는 버핏의 얼굴에 주름만 늘었지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벅셔 주식을 추가로 살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 자신이 벅셔의 경영 성과를 듣기 위해 비행기로 주총장에 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주식과 직 · 간접적으로 관련된 얘기를 '오마하의 현인'으로부터 직접 듣고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자신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근무하는 '유나이티드피클'의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전날 주총장에서 버핏이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5시간 동안 꼬박 투자자들로부터 진지하게 질문을 받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듯했다.

이날 오후 열린 기자들과 간담회에서도 버핏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4만여명의 주주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굳이 주총장을 찾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뭔가를 배우려고 오는 것"이라고 답했다. 특이한 축제에 참여해 경제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결같이 밝은 얼굴로 다니는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번 다녀간 사람이 계속 찾는 것은 나름대로 학습효과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주리주 카메론시에서 남편과 함께 주총장을 찾은 스테파니 월리엄스씨(53)는 꿈틀거리는 자본주의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3시간가량 차를 타고 오마하를 찾았다고 한다. 카메론고등학교에서 경영과 마케팅을 가르치는 그는 "여기서 보고 들은 것을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해주는 것보다 더 훌륭한 경제교육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인도계 영주권자인 리처드 안드레이스씨(33)는 알카텔루슨트에서 네트워킹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엔지니어다. 그는 9년 전 B주식 한 주를 산 뒤 주말을 이용해 매년 주총장을 찾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버핏에게서 세상을 보는 통찰력과 함께 기지(wit)를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5시간 동안 듣고 웃고 박수치는 이벤트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주주들 대부분은 버핏과 찰리 멍거 부회장이 구사하는 직설화법을 즐기는 듯했다. 어떤 복잡한 질문이 나와도 상징적인 예를 들어 쉽고 유머러스하게 풀어간다. 전문적인 이론이나 지식을 동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들만의 생각과 경험에 비춰 세상을 진단한다. 그런 화법을 통해 단순한 게 힘이고 투자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주주들로 하여금 깨닫도록 한다.

멍거 부회장은 돈을 관리하는 방법에 관한 한 "올바른 길(high road)을 가는 게 훨씬 덜 혼잡하다"며 상식에 입각한 투자로 수익을 거둘 것을 당부했다.

오마하=이익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