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 화가 김지원의 미학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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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서양화가 김지원씨(49·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그림은 신기한 눈속임의 효과를 내세우는 극사실주의 작품들과 다르다.물감의 양이나 두께를 통해 시각적인 충격보다 화화의 본질에 더 천착하기 때문이다.
그는 길가에 핀 맨드라미,하늘을 나는 비행기 등 평범한 소재에서부터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는 황량한 사막,거대한 항공모함 등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소재들을 서정적으로 그려낸다.그의 유화는 수채화처럼 가볍고 섬세해 경쾌한 붓터치가 숨김없이 드러난다.서울 청담동 PKM트리니티 갤러리에서 6일부터 시작되는 그의 개인전에는 시들어버린 자주색 맨드라미가 등장한다.여름 한 철은 수탉의 볏처럼 꼿꼿했지만 가을이 되면서 힘없이 고개를 떨군 맨드라미가 가득하다.치열하게 그림을 그리는 작가 자신의 삶을 은유적으로 묘사했다.
종이에 구아슈와 볼펜으로 그린 드로잉 ‘수신하다’ 연작은 도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신탑을 그린 것.제각기 다른 사람의 얼굴처럼 얼핏 보면 비슷한 모양이지만 실제로는 조금씩 다른 모양의 수신탑들은 휴대 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수신과 발신을 위해 사는 듯한 현대인들을 상징한다.
2007년 이후 미발표작 ‘항공모함’시리즈도 모습을 드러낸다.맨드라미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상징하는 항공 모함과 그곳에 무엇이 있는가를 포착하려는 돋보기가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이번 전시에는 맨드라비를 비롯해 ‘항공모함’‘수신하다’ 연작 등 유화 21점과 드로잉 40여점이 소개된다.PKM트리니티갤러리의 박경미 대표는 “김지원씨는 우리 화단에서 찾아보기 힘든 역량있는 40대 구상화가”라며 “그는 자신만의 색깔로 인간의 위선적이고 헛된 ‘욕망’을 집요하게 탐구해왔다”고 말했다.6월4일까지.
(02)515-9467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