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천안함 외교전' 불 붙었다…남북 모두 타깃은 중국·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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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국 복잡한 속내천안함 사고를 둘러싼 6자회담 참가국들 간 외교전이 본격화됐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불을 댕긴 모양새지만 한국 정부와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은 이미 지난달 말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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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미국 : 클린턴 국무 24일 베이징 방문…'先천안함 조사' 입장 전할 듯
우리 정부와 북한은 천안함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나오고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가 본격 이슈화되기 전부터 우군을 확보하는 게 절실하다. 다른 6자회담 당사국도 남북한을 가운데 두고 자신들의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 짜기에 부심할 수밖에 없다. 남북한의 집중 공략 대상국은 중국과 러시아다. 천안함 문제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로 갔을 때 이 두 나라의 도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만 중국의 모호한 태도는 우리에게 큰 부담으로 와 닿는다. 지난달 30일 이명박 대통령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위로와 위문'이라는 말을 이끌어냈지만 불과 사흘 만에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뤄졌다.
중국이 특유의 '남북 등거리 외교'를 견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신각수 외교통상부 1차관은 4일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를 청사로 불러 김 위원장 방중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한 · 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 방중에 대해 언질을 주지 않았던 것에 대한 항의의 성격이 담겼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장 대사와 면담한 자리에서 "한반도 정세가 매우 어렵고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고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해 우려의 뜻을 표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냉담한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자칫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천안함 사고에 대한 중국 측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오는 15~16일 이틀간 경주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상과 회담을 갖고 천안함 문제에 대해 집중 설명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달 말 제주에서 열리는 한 · 중 · 일 3국 정상회담에서 천안함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중국의 내심은 6자회담 재개 쪽에 방점이 찍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반대로 역내 불안정성을 증폭시킬 소지가 있는 천안함 사건 대응 과정에서는 소극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 미와 근본적 시각차가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천안함 사고 원인 규명 후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한 · 미 간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후 주석은 김 위원장과 회담을 가진 뒤 8일 러시아로 간다. 김 위원장이 간접적 지원 사항을 전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러시아는 일단 관망세를 보이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천안함 조사 결과를 러시아에도 상세하게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미국도 나서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4~25일 전략경제대화를 위해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다. 미국도 '선(先)천안함 조사,후(後)6자회담 재개' 기조를 유지하면서 한국과 공동 보조를 맞춰온 만큼 이 같은 입장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홍영식/장성호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