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도 '파생상품' 눈 떴다

3월 금융규제 완화후 거래 활발
이슬람권 금융계가 파생상품 판매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지난 3월 파생상품 기본협정이 체결된 후 국제이슬람금융시장(IIFM)과 국제파생금융협회(ISDA)가 이슬람 은행들의 파생상품 판매 확대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레인에 본부를 둔 IIFM은 파생상품을 개발하면서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의 판매 표준화 작업을 주도하는 기관이다.

그동안 이슬람 금융에선 투기성 투자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근거해 선물,옵션,환헤지 등 파생상품 판매를 꺼려왔다. 리스크에 대한 대가인 이자를 부당이득으로 간주하는 이슬람 전통 때문이다. 파생상품에 대한 통일된 규정도 없었다. 이에 따라 이슬람 은행들은 파생상품을 판매하기 전 이슬람 율법학자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검증을 일일이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IIFM과 ISDA가 샤리아에 근거한 파생상품 규정이 담긴 기본협정을 체결한 뒤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서구 시장의 파생상품 규정과 거의 흡사할 정도로 파생상품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고 있는 것이다.

FT는 "이슬람 은행이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비중이 앞으로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IIFM과 ISDA는 파생상품 판매 ·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이슬람 은행들을 대상으로 워크숍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슬람 금융이 이같이 파생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금융시장이 날로 커지는 데다 파생상품 등 위험회피 수단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 금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해 이슬람 금융은 총 9500억달러(약 1060조원) 규모에 달했다. 해리스 이르판 바클레이즈캐피털 이슬람부문 사장은 "이슬람 파생상품 시장의 잠재적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