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화되지 않는 남유럽 재정위기

EU와 세계통화기금(IMF)의 그리스 구제금융이 실패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국가부채 문제도 고개를 들고 있어 수습되는 듯했던 유럽 재정위기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양상이다.

재정적자가 심각한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계획을 독일 의회에서 거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어제와 그제 미국 유럽 아시아 증시는 많게는 2~3% 급락했다. 또 유로화 가치가 크게 떨어져 미 달러화 가치가 1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세계 외환시장도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다. 총 1100억유로(1450억달러 상당)에 이르는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의 성사 여부를 가늠할 7일의 독일 의회 표결 때까지는 유럽 재정위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 우리 금융시장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게 분명한 만큼 금융당국은 경각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물론 한국은 그리스와 포르투갈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작년 말까지 4억달러로 많지 않아 직접적인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렇지만 그리스 구제금융이 성사되더라도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문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계속 민감한 이슈가 될 가능성이 짙다. 정부가 '먼 나라의 일'로만 간주해 팔짱을 끼고 있어선 안된다는 얘기다. 우리 국가부채는 작년 말 국내총생산(GDP)의 35.6%인 366조원으로, G20(주요 20개국) 국가들에 비해 절대금액과 비중은 크지 않지만 증가속도는 여섯 번째로 빠르다(국회예산처)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아울러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 경우 국내에 유입된 국제부동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도 있는 만큼 외환보유액을 더 쌓을 필요가 있다. 지난달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2788억달러로 사상최대 수준이긴 하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기엔 충분치 못하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세계 신용평가회사들이 국가신용을 평가할 때 부채규모와 채무상환능력 등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