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유럽發 악재 재부각…지수 조정 신호탄될까

유럽발 악재가 코스피 지수 방향성 전환의 신호탄이 될까.

코스피 지수가 지난주까지 주간 기준 12주 연속 상승한 데 따라 가격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최근 방향성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유럽발 재정위기라는 암초에 다시 부딪혔다.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1100억유로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지만,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거두는 데 실패하며 지난 4일 유럽 증시가 급락세를 나타냈다.

그리스 재정위기 전염 우려가 이어진 가운데 포르투갈은 지난 5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로부터도 신용등급 추가 하향 조정을 경고 받았다.

이에 따라 6일 코스피 지수는 1680선을 무너뜨리며 장을 출발했다. 코스피 지수가 장중 17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13일 이후 처음이다.이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추가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리스 등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가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미국 고용지표 개선 등에 비춰 세계 경기 회복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아직 남아있는 각국의 경기부양책과 한국 기업이익 전망치 상향 등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 한국 증시가 휴장한 데 따라 유럽발 악재의 충격파가 6일 한꺼번에 실렸지만, 이는 단기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보다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번 조정을 통해 저가매수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까지 시장의 상승 모멘텀(계기)이 유지될 전망"이라며 "이번 조정으로 인해 코스피 지수가 1650선을 밑돌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우 저가매수 기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독일 지방선거, 영국 총선 등 정치적 이벤트가 마무리되면서 유럽 재정위기 이슈가 해결되는 계기가 마련, 주식시장이 다시 상승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조정을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빅브라더'인 독일이 지방선거 이후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선다면 유럽 국가들의 공조를 통해 문제가 완화, 머지않아 증시가 모멘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병문 센터장은 "기존 주식 보유 투자자라면 현 시점에서 투매에 동참하는 것은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조정을 거치는 동안 IT(정보기술), 자동차, 화학, 소재, 운송 업종의 대형주를 중심으로 저가매수 기회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아울러 이번 유럽 재정위기 이슈로 한국 증시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배성영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위험회피 현상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지만 오히려 한국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만큼 상대적으로 유럽보다 튼튼한 국내로 해외증시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 1분기 기업실적도 양호했고 코스피 지수 주가수익비율(PER)이 이번 급락으로 9배 초반으로 낮아진 만큼 지금이 저가 매수기회"라고 강조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유로존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근 부각된 글로벌 출구전략 조기시행 의견이 퇴보하고 당분간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예상된다"면서 "코스피지수 1600선대는 자산배분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주식비중을 늘리고 채권 비중을 줄여 나가는 전략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유럽발 재정위기의 절대 규모 등을 고려하면 코스피 지수 상승 기조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추가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유럽발 재정위기 수습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증시의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 지난 2월부터 이어진 코스피 지수의 상승 흐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유럽발 재정위기가 절대 규모상 액수가 크고 유럽 국가들의 공조를 통한 수습이 지연되고 있어 코스피 지수 방향 전환의 방아쇠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