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제학으로 푼 '천안함' 대응
입력
수정
'단호한 응징->시장붕괴'는 허구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현재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제까지 나타난 근거로 보건대 천안함은 외부의 군사적 공격에 의해 침몰한 것이 거의 확실하며 그 주체는 다른 가능성을 찾을 수 없을 만큼 하나로 모아지고 있다. 남은 것은 이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직접 주재한 데 이어 군에서 여러 대응 방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국가안전 보장될 때 경제도 유지
무력 도발에 단호히 응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지만 일부에서는 군사적 대응을 결코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좌파 단체는 물론 증권가 일부 등 시장경제의 중심축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들린다. 이들의 논지는 군사적 대응은 또 다른 무력 충돌을 불러오고 군사적 긴장 상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외국 투자자들이 떠나고 주식 가격이 폭락하며 경제가 붕괴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현실 효과도 정반대다. 한마디로 말해 경제와 안보 관계에 대한 인식의 본말이 전도된 것이며 최악의 시나리오만 골라서 엮어낸 공포 마케팅과 다름없다. 국가의 안전 보장은 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 전제다. 애덤 스미스는 국가는 시장 간섭을 최소화해 자연적 자유 체계(system of natural liberty)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미스조차 국부론에서 다음 세 가지만큼은 국가의 의무라고 했다. 첫째는 다른 독립된 사회로부터의 침입이나 전쟁행위로부터 사회를 방위하는 임무다. 둘째는 사회 구성원 간의 억압과 불법을 막는 법질서의 확립이다. 셋째는 공공사업과 공공기관을 운영하는 일이다.
스미스의 이런 주장에 대해 또 다른 자유주의자 밀턴 프리드먼은 그의 저서 《선택할 자유》에서 첫째와 둘째 의무는 너무나 명백한 것이라고 동의한다. 외부에서건 내부에서건 강제로부터 사회 구성원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는 것이다. 만일 그런 보호가 없다면 진실로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목숨이 아깝거든 돈을 내놔라"하는 무장강도 앞에서는 선택할 자유나 자발적인 교환이 가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를 위해서 안보 위협을 무시하자는 주장은 기본을 모르는 말이다.
군사적 대응을 포기하고 외교적 노력이나 유화 제스처를 쓴다면 경제가 안전할 것인가? 오히려 정반대일 것이다. 상대방은 자기가 군사적 도발을 감행해도 우리가 경제적 안정을 위해 가만히 있을 것을 아는 순간부터 수시로 군사적 위협을 동원해 이득을 취하려 들 것이다. 경제가 볼모로 잡힌 이런 상황이야말로 미래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인력과 자본의 해외 도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따뜻한 햇볕으로 얼음을 녹인다는 햇볕정책은 현실과 맞지 않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순진한 발상이다. 산에 올라가 보라.5월의 햇볕이 아무리 따뜻해도 북쪽 그늘에는 여전히 눈얼음이 두껍게 쌓여 있다. 이 두껍고 딱딱한 눈얼음을 없애는 것은 햇볕이 아니고 몇 차례 세차게 퍼부어 쓸어버리는 소나기다.
천안함 사건은 단순한 도발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군대가 적의 공격을 받아 수많은 인명 손실을 입었다.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발생한 것이다. 경제를 위해서라도 안보 위협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외교적 제재,경제적 제재와 함께 군사적 제재가 당연히 대응 방안에 포함돼야 한다. 그리고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당당하게 군사적 제재 수단을 말할 수 있을 때다. 그래야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스라엘의 경험과 전략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남성일 < 서강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