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외풍에 표류하는 공천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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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의 연속이다. 이러니 공천(公薦)이 아닌 사천(私薦)이란 말이 나오지…."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에 속한 한 인사의 한숨 섞인 말이다. 6 · 2 지방선거를 채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았음에도 공천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중앙당 공천심사위는 6일 당 최고기구인 최고위원회의에 "월권하지 말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최고위원회의가 일부 기초단체장 공천을 마구잡이로 뒤집자 산하기구 격인 공심위가 이례적으로 경고장을 들이민 것이다.
의견서에는 "최고위원회의가 자의적으로 의결을 보류하고 특정 단체장 후보를 배제하거나 특정 후보를 위해 여론조사를 하라고 (공심위에) 지시하는 것은 당헌 · 당규에도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갈등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최고위원회의가 경기도당이 추천한 수원 · 고양 · 의정부 · 하남 · 파주 · 안성시장 후보자 6명을 무더기 거부한 것이다. 당시 정몽준 대표는 도당이 추천한 김남성 의정부시장 후보(전 도의원)에 대한 공천을 뒤집고 김문원 현 시장이 적격자라며 공천 보류 결정을 내렸다. 공천이 보류되자 김 후보는 "특정인을 공천하기 위한 뒤집기"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반대로 경기도 파주의 경우 류화선 현 시장은 도당 공심위에서 '15 대 2'라는 압도적인 격차로 심사를 통과했지만 지역구 의원의 반발로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심 결정이 내려졌다. 도당 공심위에서 "여론조사에서도 압도적이다. 다시 공천심사를 할 수는 없다"고 버티자 이번엔 중앙당 공심위에서 최고위원회의로,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도당으로 '공'이 돌고 돌았다. 중앙당 공심위의 의견서 제출 이후 최고위원회의는 의정부에 김남성 후보를 확정했지만 경기도 수원 · 안성 · 파주는 결국 전략지역으로 선정했다.
최고위원회의는 이 과정에서 최근 현직 시장의 뇌물 혐의로 물의를 빚은 충남 당진군수 후보 공천을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 당초 중앙당 공심위는 사건이 불거지자 당진군수 무공천을 선언했다. 공천이 이처럼 시끄러운 것은 힘 있는 인사들이 결국 '자기 사람 심기'에 주력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요즘 정치권 언저리에서는 "누구 줄에 서야 (공천이) 확실하다"는 말만 나돈다. 이쯤 되면 공천이 아닌 사천이다.
이준혁 정치부 기자 rainbow@hankyung.com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에 속한 한 인사의 한숨 섞인 말이다. 6 · 2 지방선거를 채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았음에도 공천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중앙당 공천심사위는 6일 당 최고기구인 최고위원회의에 "월권하지 말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최고위원회의가 일부 기초단체장 공천을 마구잡이로 뒤집자 산하기구 격인 공심위가 이례적으로 경고장을 들이민 것이다.
의견서에는 "최고위원회의가 자의적으로 의결을 보류하고 특정 단체장 후보를 배제하거나 특정 후보를 위해 여론조사를 하라고 (공심위에) 지시하는 것은 당헌 · 당규에도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갈등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최고위원회의가 경기도당이 추천한 수원 · 고양 · 의정부 · 하남 · 파주 · 안성시장 후보자 6명을 무더기 거부한 것이다. 당시 정몽준 대표는 도당이 추천한 김남성 의정부시장 후보(전 도의원)에 대한 공천을 뒤집고 김문원 현 시장이 적격자라며 공천 보류 결정을 내렸다. 공천이 보류되자 김 후보는 "특정인을 공천하기 위한 뒤집기"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반대로 경기도 파주의 경우 류화선 현 시장은 도당 공심위에서 '15 대 2'라는 압도적인 격차로 심사를 통과했지만 지역구 의원의 반발로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심 결정이 내려졌다. 도당 공심위에서 "여론조사에서도 압도적이다. 다시 공천심사를 할 수는 없다"고 버티자 이번엔 중앙당 공심위에서 최고위원회의로,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도당으로 '공'이 돌고 돌았다. 중앙당 공심위의 의견서 제출 이후 최고위원회의는 의정부에 김남성 후보를 확정했지만 경기도 수원 · 안성 · 파주는 결국 전략지역으로 선정했다.
최고위원회의는 이 과정에서 최근 현직 시장의 뇌물 혐의로 물의를 빚은 충남 당진군수 후보 공천을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 당초 중앙당 공심위는 사건이 불거지자 당진군수 무공천을 선언했다. 공천이 이처럼 시끄러운 것은 힘 있는 인사들이 결국 '자기 사람 심기'에 주력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요즘 정치권 언저리에서는 "누구 줄에 서야 (공천이) 확실하다"는 말만 나돈다. 이쯤 되면 공천이 아닌 사천이다.
이준혁 정치부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