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리스크' 확산] 유럽불안 3~6개월 갈수도…국내경제 영향은 제한적

●정부 '3가지 시나리오' 대비
정부는 유럽 재정위기 확산에 따른 위험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국내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예상하는 그리스 사태 확산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첫째는 그리스 재정위기가 포르투갈 스페인뿐 아니라 영국과 아일랜드 등 재정이 취약한 다른 국가들로 전면 확산되는 경우다. 유럽 전체가 흔들리면서 상대적으로 재정이 건전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을 덜 받았던 독일 프랑스까지 휘청거릴 수 있다. 유로존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고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두 번째는 그리스 사태가 남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국지적으로만 확산되는 경우다.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받진 않겠지만 상당 기간 불안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세 번째는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안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그리스 사태가 비교적 단기간에 마무리되는 경우다.

정부는 이 가운데 두 번째 시나리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유럽 재정 불안 요인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최소한 3개월,길게는 6개월 이상 국제 금융시장을 괴롭힐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이번 사태로 우리 시장도 부담 요인이 일시적으로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재정이 건전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매력이 돋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태 전개에 따라 파장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금융권의 그리스와 포르투갈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4억달러(전체 대외 익스포저의 0.76%)이고 이들 국가에서 차입한 금액은 2500만달러로 그리 크지 않지만,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단계까지 가게 되면 자금난을 겪게 될 일부 유럽권 은행들이 대출 회수에 나설 수 있고 국내 금융권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 해외차입의 40%인 800억달러가 유럽에서 차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유로존과 IMF 구제안 집행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지만 디폴트까지 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