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 빠진 한미FTA 돌파구 찾나

김종훈 본부장 17일 방미…재계회의도 비준 지원사격
한국과 미국의 통상분야 수장이 오는 18~19일께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다. 교착상태에 빠진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한 · 미 FTA는 오는 6월 말이면 양국이 서명한 지 만 3년을 넘어서지만 한 · 미 양국 의회의 소극적 태도로 아직껏 비준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 FTA의 타당성 조사를 위한 '한 · 중 · 일 3개국 산(産) · 관(官) · 학(學) 공동연구' 제1차 회의가 6일 서울에서 시작됐다. 한 · 중 FTA와 별도로 진행되는 것으로 동북아시아 '빅3 경제권'이 탄생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 미 FTA 비준 협상 시작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오는 17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다. 18일이나 19일쯤 미국 측 협상 파트너인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난다. 김 본부장은 미 의회에서 FTA를 관장하는 상임위원회 소속 상 · 하원 의원 10여명을 만나 한 · 미 FTA 비준을 촉구할 예정이다. 미국은 아직 이렇다 할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본부장이 작년 4월 이후 1년여 만에 처음으로 워싱턴을 찾는 것만으로 사실상 비준 협상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도 운신 폭이 넓어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인 의료보험 개혁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데 이어 금융감독개혁 법안 처리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이들 법안 처리에 집중하면서 FTA 비준을 미뤘다.

오는 19~20일에는 워싱턴에서 한 · 미 재계회의도 열린다. 한 · 미 FTA 비준 문제가 단독 의제로 올라있다. 특이한 점은 개최 장소가 서울이 아닌 워싱턴이라는 점이다. 한 · 미 재계회의는 양국을 오가며 번갈아 열리는데 작년에 워싱턴에서 열렸기 때문에 이번엔 서울 차례다. 하지만 한국이 미 정부와 의회의 FTA 비준을 현지에서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 워싱턴 개최를 주장했고 미국 측이 동의했다는 후문이다. 미국 재계도 자동차 섬유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한 · 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한 · 미 FTA가 중간선거라는 악재를 만나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본부장의 이번 미국 방문은 FTA 비준을 위한 미국 내 여론을 조성하고 행정부 의회와 함께 문제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교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통부는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한 · 미 FTA 진전을 약속한 만큼 김 본부장의 이번 미국 방문으로 구체적인 진전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 중 · 일 FTA도 시작한 · 중 · 일 동북아 3개국 자유무역시장을 만들기 위한 타당성 조사인 '한 · 중 · 일 FTA 산 · 관 · 학 공동연구'도 시작됐다. 6~7일 이틀간 일정으로 서울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선 공동연구의 운영세칙이 채택됐다. 운영세칙에 따르면 상품 서비스 투자 등 포괄적인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한 · 중 · 일 FTA의 실현 가능성과 FTA 체결 시 포함 가능한 분야가 집중 검토된다.

이 과정에서 3개국 공동으로 관세장벽을 철폐하거나 완화했을 때 발생하는 이슈와 해결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공동연구는 2012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산 · 관 · 학 공동연구는 정기적으로 개최되며 개최 순서는 한국 일본 중국 순이다. 오는 9월 제2차 회의,11월 제3차 회의가 열린다. 이혜민 FTA교섭대표는 "3국 간 FTA 산 · 관 · 학 공동연구 출범이 3국 경제협력 관계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며 "3국 간 FTA의 중요성을 감안해 성공적인 산 · 관 · 학 공동연구를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서기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