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지렁이가 이긴 비결

시장에 나도는 우스갯소리 하나.

하루는 지렁이,토끼,거북이 모여서 100m 경주를 했는데 지렁이가 1등을 했다. 왜?100m 짜리 지렁이니깐!지난 경주에서 억울하게 졌다고 생각한 토끼와 거북은 지렁이에게 따졌다. 토끼가 "야!너 반칙이야"라고 말했다. 거북도 "맞아,너 반칙이야.출발하기 전에 누워 있으면 어떡해.일어나서 출발해!"라고 다그쳤다. 다시 100m 경기가 시작됐다. 근데 지렁이가 또 1등을 했다. 왜?뛰다가 넘어져서다.

'정말 긴 지렁이' 때문에 속터진 토끼와 거북은 세 번째 경주에서 지렁이에게 뭐라고 했을까? 아마 '우리 모두 옆으로 뛰자'고 제안했을 수도 있다. 거북이 옆으로 걸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재테크 시장에도 지렁이와 토끼,거북의 경주가 있다. 토끼는 주식에선 단타매매,부동산에선 '지분 쪼개기'와 같은 단기수익형 매매를 추구한다. 토끼와 거북 간 '2자 경주'에서는 능력을 과신하다가 '느림보' 가치투자하는 거북한테 당하기 쉽상이다. 만약 토끼와 거북이 드림팀을 구성,단타와 장기투자를 섞은 전략을 쓰며 지렁이에게 도전장을 내도 길이가 100m나 되는 긴 지렁이를 만나면 못 당한다. 그렇다면 '슈퍼 지렁이'는 재테크 시장에서 무엇일까? 돈을 엄청나게 많이 가진 큰 손,아니면 초특급 투자정보를 쥔 고수,또하나는 만지기만 하면 돈이 되는 운명을 타고 난 사람?

지렁이는 겉으로 보기에 정말 느리다. 또 비만 오면 숨쉬러 땅 밖으로 나온다. 재테크로 비유하면 비는 삼성생명 공모청약과 같은 투자수익 정보를 말한다. 비가 땅 속에 스며들면 이를 읽어내는 투자감각 세포가 온몸에 있는 '재테크 귀신'을 말한다. 그렇다고 유전적인 DNA가 있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부자 정신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강남 부자들은 자손들이 20대 나이에 접어들면 PB센터에 데리고 다닌다고 한다. PB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서 투자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어깨너머로 배우라는 속뜻이다. 집안이나 가까운 친척 중에 부자가 없다면 부자들의 생각과 구두쇠 생활습관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라.따라하기야 말로 부자되기의 첫 걸음이다.
정구학 편집국 부국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