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실버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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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처럼 영화를 골라 볼 수는 없다. 팝콘을 사기 위해 관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사랑방에 놀러 온 듯 편안하다. 당뇨병 앓는 관객들을 위해 초콜릿을 비치하고,비가 오면 우산을 빌려준다. 여성관객에겐 매표소에서 요실금 속옷까지 제공한다. 서울 종로 낙원빌딩에 있는 실버영화관 '허리우드 클래식' 얘기다.
이곳에선 하루 세 차례 같은 영화를 상영한다.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다음 회에서 다시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다. 상영 도중 화장실을 갈 때 옆 사람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로비로 나와서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다가 들어가기도 한다. 다른 극장과 가장 다른 점은 '노인 대접'을 확실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관람료가 만 57세 이상은 2000원이다. 반면 57세 미만의 '젊은이'는 7000원을 내야 한다. 덤도 있다. 관객은 인근 음식점과 이발소,떡집에서 각각 500원씩 할인받을 수 있다. 이쯤되면 영화관이라기보다는 어르신들이 영화를 본 다음 이발하고 식사를 곁들이며 즐길 수 있는 종합휴식공간이라 할 만하다. 영화는 보통 일주일씩 상영한다. 관객은 하루 200~300명선.2009년 1월21일 개관한 이후 9만여명이 다녀갔다. 노인과 젊은층 관객 비율이 9 대 1쯤 된다. 상영작은 '벤허''마부''별들의 고향''하모니'등 고전에서부터 근작까지 다양하다. 8일 어버이날 오후 2시30분부터는 명국환 안정애 등 왕년의 인기가수와 코미디언들이 출연하는 '어르신 잔치'가 열린다.
허리우드 클래식은 공익을 위해 운영되는 사회적 기업이다. 서울시,SK케미칼,유한킴벌리 등의 지원이 적잖게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관람료가 워낙 싸다 보니 임대료와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해 김은주 대표가 사재를 털어 운영중이라 한다. 부족한 재정에도 추억의 국화빵을 2개씩 나눠주고,LP판 감상실도 갖출 예정이다.
서울시가 65~79세 노인 500명을 대상으로 2008년 조사한 '노인문화욕구분석'에선 '노후에 하고 싶은 일'중에 취미 · 문화생활이 28.7%로 운동(38.4%)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여건만 되면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의향이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허리우드 클래식은 노인들에겐 문화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서울뿐 아니라 인천 수원 일산 등지에서 찾아오는 단골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곳은 눈,귀뿐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영화관"이라고 했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이곳에선 하루 세 차례 같은 영화를 상영한다.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다음 회에서 다시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다. 상영 도중 화장실을 갈 때 옆 사람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로비로 나와서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다가 들어가기도 한다. 다른 극장과 가장 다른 점은 '노인 대접'을 확실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관람료가 만 57세 이상은 2000원이다. 반면 57세 미만의 '젊은이'는 7000원을 내야 한다. 덤도 있다. 관객은 인근 음식점과 이발소,떡집에서 각각 500원씩 할인받을 수 있다. 이쯤되면 영화관이라기보다는 어르신들이 영화를 본 다음 이발하고 식사를 곁들이며 즐길 수 있는 종합휴식공간이라 할 만하다. 영화는 보통 일주일씩 상영한다. 관객은 하루 200~300명선.2009년 1월21일 개관한 이후 9만여명이 다녀갔다. 노인과 젊은층 관객 비율이 9 대 1쯤 된다. 상영작은 '벤허''마부''별들의 고향''하모니'등 고전에서부터 근작까지 다양하다. 8일 어버이날 오후 2시30분부터는 명국환 안정애 등 왕년의 인기가수와 코미디언들이 출연하는 '어르신 잔치'가 열린다.
허리우드 클래식은 공익을 위해 운영되는 사회적 기업이다. 서울시,SK케미칼,유한킴벌리 등의 지원이 적잖게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관람료가 워낙 싸다 보니 임대료와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해 김은주 대표가 사재를 털어 운영중이라 한다. 부족한 재정에도 추억의 국화빵을 2개씩 나눠주고,LP판 감상실도 갖출 예정이다.
서울시가 65~79세 노인 500명을 대상으로 2008년 조사한 '노인문화욕구분석'에선 '노후에 하고 싶은 일'중에 취미 · 문화생활이 28.7%로 운동(38.4%)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여건만 되면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의향이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허리우드 클래식은 노인들에겐 문화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서울뿐 아니라 인천 수원 일산 등지에서 찾아오는 단골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곳은 눈,귀뿐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영화관"이라고 했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