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휘청'] 매도 주문떄 '100만'을 '10억'으로 … 다우 한떄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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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뉴욕증시에 무슨일이…뉴욕증시에서는 6일 오후(현지시간) 순식간에 패닉 장세가 펼쳐졌다. 불과 3~4분 사이에 다우지수가 998.5포인트까지 수직으로 떨어진 것이다. 지수 기준으로 하루 최대폭의 하락이다. 지수 하락을 목격했던 월가 트레이더들은 2008년 9월과 10월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고 하원에서 7000억달러의 '부실자산 구제프로그램'(TARP) 법안이 부결됐을 때보다 흉흉했다고 전했다.
998P 폭락…1만선 붕괴되기도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유럽발 악재에 주문 실수로 보이는 악재까지 겹쳤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이날 통화정책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재정적자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의 채권 매입방안은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실망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유럽발 재정위기 악재치고는 낙폭이 너무 컸다. 오후 2시40분부터 다우지수가 20분 만에 8%나 빠졌던 것이다. P&G가 37%,3M이 22%,제너럴일렉트릭(GE)이 15%,휴렛팩커드(HP)는 13% 떨어지는 등 10% 이상 급락한 다우지수 종목이 8개에 달했다. 주당 40달러가 넘는 액센츄어는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1센트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월가에서는 '블랙 서스데이(검은 목요일)'라는 한탄이 나왔다. 하지만 얼마되지 않아 뉴욕 지수는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이와 관련,주문 과정에서 실수가 이날의 '패닉'을 촉발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조사에 착수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다우지수가 급락한 뒤 V자 모양으로 반등세를 보인 것은 거래 과정에서 실수가 아니면 나오기 힘든 패턴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라며 "현물 시장의 충격이 S&P지수 선물에도 영향을 주는 악순환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주문 실수의 원인과 과정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CNBC는 "다수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씨티그룹 쪽으로 보이는 한 트레이더가 다우지수에 속한 P&G 주식 매매거래와 관련된 주문에서 100만(million) 단위를 10억(billion) 단위로 잘못 입력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2분간 무려 160억 계약이 이뤄진 'E-미니 S&P500지수선물'이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다.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이례적으로 이날 거래된 주식 중 오후 2시40분부터 3시 사이에 주가가 전날 종가에서 60% 이상 등락을 보인 경우 거래 자체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대량으로 빠르게 자동 매매하는 일종의 프로그램 매매가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처음에 주문 실수로 주가가 급락하자 현물과 선물거래가 연계돼 있는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히려 시장의 이상급락으로 프로그램 매매 전문회사들이 거래를 중단하는 바람에 사태가 악화됐다는 주장도 있다고 전했다.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시장 유동성이 갑자기 고갈되자 매도 주문을 받쳐주는 세력이 실종되면서 증시 폭락이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테드 카우프만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대규모 자동 매매가 시장의 대혼란을 부추긴다"며 "금융개혁 법안에서 이를 규제하는 방안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