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로존 위기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그리스에서 시작된 위기가 유럽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면서 출범 11년을 맞은 유로존 자체의 붕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어제 한국은행은 "유로존이 출범할 때부터 안고 있던 모순을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해 그리스 위기가 다른 유로존 국가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고 경고하고 나서 더욱 이번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은은 유로존 출범시 회원국 간 경제력 등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었지만 한 가지 화폐를 쓰면서 환율이 위기를 경고하는 '조기 경보' 기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실물 금융 모두 지나치게 역내 국가간 의존하고 있는 점도 위기 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재정정책을 제각각 운용토록 한 것은 경제 불안을 가속화시켰다는 진단을 내렸다. 한마디로 이번 위기는 유로존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 바 크다는 얘기다. 실제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이 유로존 전체의 3%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데도 그리스의 부도 우려로 유로화 가치가 연일 급락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스페인의 경우 국가신용등급이 일본과 같은 수준이고 정부 부채 비율은 GDP 대비 53%로 그리스의 절반이 안되는데도 국가부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脈絡)이라고 봐야 한다.

이는 결국 유로존의 위기가 구조적인 문제로 예상외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도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금융당국은 어제 마침 금융시장 종합 점검 회의를 열고 이번 위기가 유로존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과 미국 증시 등 해외시장의 동향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극히 당연한 일이다. 다만 당국은 유로존 위기가 잠시 잠잠해지더라도 언제든 재발될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고 근본적인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