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중의 '6자회담 재개'는 천안함 이후 생각할 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유관 당사국과 함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김 위원장 방중 관련 첫 공식 보도로,신화통신은 북 · 중 양국은 6자회담 당사국이 회담 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보도대로라면 중국에 책임있는 역할을 기대했던 우리의 기대와 너무 거리가 멀어 실망스럽다. 우리는 '선(先) 천안함,후(後) 6자회담' 입장을 거듭 분명히 밝혔고 미국도 이 같은 우리 입장을 확고하게 지지하고 있는 만큼 북 · 중 양측이 6자회담만을 거론한 것은 천안함 사건이 한반도 안보에 얼마나 위중한 사태인지를 외면한 자세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천안함 선체 등에서 검출(檢出)된 화약성분이 어뢰가 폭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사실상 결론이 내려진 상황이다. 20일 전후로 예상되는 공식 발표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나오면 '단호한 조치'를 위한 외교적 · 경제적 제재 논의가 급부상하면서 6자회담 재개는 자연스럽게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북 · 중 정상의 6자회담 논의는 이 같은 사태 전개를 차단하기 위한 물타기 차원일 수 있다. 이로 인해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의 선후관계를 놓고 '한 · 미 대 북 · 중'이라는 미묘한 구도가 만들어질 소지도 크다. 우리가 미 · 중의 틈바구니에 끼어 어정쩡한 입장에 놓일 수도 있는 만큼 치밀한 외교적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