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채권시장 엇갈린 행보…현물 대거 사고 선물은 팔아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등장한 지난 6일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채선물시장에서는 이틀째 대규모 순매도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현물시장에서는 오히려 채권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7일 국채선물시장에서 4876억원을 순매도했다. 전날 5641억원에 비해 순매도 규모가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큰 규모라는 평가다. 반면 현물시장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6일에는 무려 74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순매도 금액과 맞먹는 규모다. 또 이날도 7563억원어치를 사들여 순매수 기조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의 성격이 기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즉 선물시장 외국인들은 기술적 분석을 토대로 기계적으로 선물을 사고파는 반면 현물시장 외국인들은 경제의 펀더멘털과 채권시장의 향후 전망 등을 바탕으로 채권을 매매한다는 것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따라서 현물 시장 외국인들의 순매수 기조가 흔들림 없이 유지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김정관 기획재정부 국채과장은 "6일의 경우 전날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쳤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물 시장에서도 순매도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며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해 외국인들이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박 연구위원도 "외국인들이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같은 국내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으로 번질 사안으로 보지는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현물 채권 매수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준 동부증권 채권 팀장은 "한국 채권은 기본적으로 금리 매력이 있는 데다 최근 원 · 달러 환율 반등으로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환율 고점이 확인되는 시점에서 적극적으로 채권 매수세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 팀장은 "씨티그룹이 작성하는 세계국채지수(WGBI)에 한국 국채 시장이 연내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