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휘청'] 주말이 분수령…유로존ㆍIMF '그리스 지원' 승인에 촉각
입력
수정
국내증시ㆍ외환시장 전망그리스 재정위기 여파로 국내 증시는 이틀 연속 급락했고 원 · 달러 환율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증시와 환율이 당분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주말에 열릴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 회의에서 그리스 지원과 위기확산을 차단할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주말 IMF 결정 등이 변수유럽 리스크 확산에 대한 우려로 국내 증시가 이틀 연속 급락했다. 외국인이 사상최대 규모로 주식을 매도하면서 코스피지수는 단숨에 1650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7일 코스피지수는 37.21포인트(2.21%) 급락한 1647.50으로 파란만장했던 한 주를 마감했다. 이번 주 증시는 단 나흘 만에 94.06포인트 하락, 지난 3월 이후의 상승폭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1625.83으로 수직 강하했다. 외국인이 IT(정보기술)와 은행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투매 양상을 보이며 분위기를 한층 더 어둡게 만들었다. 오후 들어 기관(5019억원)과 개인(4845억원)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낙폭을 줄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하루 전 7514억원을 순매도한 외국인은 매도 규모를 늘려 이날 1조2459억원을 팔아치웠다. 하루 순매도 규모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작년 말 지수와 비교하면 올해 주식을 산 외국인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유럽 문제를 대하는 외국인의 불안심리가 크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뮤추얼펀드 조사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지난주(4월29일~5월5일) 일본 제외 아시아펀드를 포함한 한국 관련 펀드에서 모두 2억73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증시 반등이 시작된 2월 둘째주 이후 12주 만에 순유출이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그리스 위기가 유럽의 정치 시스템 전반을 뒤흔드는 악재로 확대되자 일단 리스크를 좀 줄여놓고 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는 매수 우위를 보이며 반등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데다 주말 동안 그리스에 대한 지원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어 다음 주엔 반등 시도를 기대할만 하다는 분석이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유로존 개별국가의 지원책 표결과 9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안 승인 결정 등 주말 동안 중요한 현안들이 몰려 있어 결과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채수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의 위기는 시스템에서 야기된 문제이기도 해 단기 내 해결이 쉽지 않다"며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결국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환율,달러당 1180원대까지 상승 가능성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시장 참가자들의 달러 보유 심리가 확인됐다. 주가와 원자재 가격은 폭락하고 달러 가치와 미국 국채 가격은 오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재현되는 조짐이다. 이날 원 · 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4원70전 급등한 달러당 1166원으로 시작한 이후 코스피지수를 비롯한 아시아 주가의 낙폭이 줄면서 1146원30전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역외세력과 수입업체들은 환율이 1140원대로 내려가자 '단기 저점'으로 인식,달러 매수에 나섰고 환율은 곧 1150원대로 뛰었다. 외국인 주식 순매도에 따른 달러 매수 주문도 많았다. 결국 전날보다 14원10전 오른 1155원40전에 거래를 마쳐 지난 2월26일(1160원) 이후 가장 높은 종가를 기록했다. 6일과 7일 이틀간의 상승 폭은 39원90전에 달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달러 매수 성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이 장기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그간 달러를 많이 팔았던 은행 딜러들은 지금처럼 환율이 상승세로 돌변했을 때 손실을 줄이려면 달러를 서둘러 사야 하기 때문이다. 환율이 더 오르기를 기대하는 수출업체들은 달러 매물을 내놓지 않고 매수 시기를 놓친 수입업체들은 급하게 달러를 사들이는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환율 상승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1140원 아래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1차적으로 1180원대 후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과장은 "유럽발 악재에 생각 이상으로 환율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환율의 120주 이동평균선인 1187원이 상승세를 막을 수 있는 첫번째 저항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연/강현우/유승호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