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카페] 버버리, 신라면세점서 방빼는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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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끈한 버버리와 호텔신라의 '자존심 싸움'영국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와 인천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호텔신라가 판매수수료를 둘러싼 '자존심 대결' 끝에 이달 말 결별하기로 했다. 공생 관계에 있는 명품 브랜드와 면세점 업체가 얼굴을 붉히며 헤어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사연은 이렇다. 버버리는 2008년 5월부터 호텔신라가 임대한 인천공항 면세점 지역에 115㎡,79㎡ 규모의 단독 매장 2개를 운영하고 있다. 에르메스,프라다 등이 110㎡ 규모의 매장 1개만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대우를 받은 셈이다. 특별 대우에도 불구하고 버버리의 영업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원 · 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판매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다른 명품 브랜드는 환율 상승으로 구매력이 높아진 외국인들이 '싹쓸이 쇼핑'에 나서면서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내국인 판매비중이 높은 버버리는 직격탄을 맞았다.
월평균 100만달러를 넘나들던 인천공항 및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이후 60만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호텔신라 내부에서 "버버리를 내보내자"는 논의가 본격 시작된 건 이때부터였다.
하지만 올 들어 경기가 회복되면서 버버리 매출이 월 120만달러 안팎으로 회복되자 호텔신라도 마음을 바꿨다. 그렇지만 버버리 매출이 여전히 다른 명품보다 낮은 만큼 수수료 외에 별도의 부담을 요청했다. 버버리가 이를 거부하자 호텔신라는 "인천공항에서 나가라"고 통보했고,자존심이 상한 버버리는 "장충동 신라면세점 매장까지 빼겠다"고 맞받았다. 양측의 앙금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버버리가 떠나도 면세점 매출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했고,버버리코리아는 "호텔신라가 버버리만한 브랜드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상헌/안상미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