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이후] 北-中 '혈맹' 과시했지만…서로 기대치 충족 못시킨 듯

신화통신 보도 살펴보니
中, 개혁개방 간접적 촉구…北, 6자회담 기존입장 고수
권력승계 우회적 지원 요청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7일 보도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관련 기사를 꼼꼼히 뜯어보면 가려진 여러가지 함의가 나타난다. 북한은 6자회담 복귀 문제와 관련,기존 입장에서 원칙적으로 벗어나지 않고 있으며 중국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거듭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북한은 후계문제에서 중국의 지원을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외견상 최고의 예우로 혈맹의 관계를 확인했지만 실제로는 서로 기대하는 답변을 얻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6자회담이 재개되기 위한 유리한 조건 조성에 관련 당사국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엔의 대북 제재 해제와 북 · 미 간 평화협정 논의 등 기존에 북한이 제시했던 조건이 충족되는 게 여전히 중요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관측된다. 후 주석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번영을 위해 △고위층 교류 지속 △내정 및 외교문제,국제 및 지역 정세,국정 운영 등 중요 공통 관심사에 대한 전략적 소통 강화 △경제무역 협력 강화 △문화 교육 스포츠 등 인문 교류 확대 △국제와 지역 문제에서 협력 강화 등 5가지를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이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특히 내정 및 외교문제에서의 전략적 소통 강화에 양측이 동의한 것은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 측은 북한에 개혁개방에 나설 것을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김 위원장과의 6일 오찬회담에서 "중국은 북한에 중국의 개혁개방과 경제 건설의 경험을 소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은 함께 노력해 중점 협력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국경지역의 인프라 건설 등에 종합적으로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날 김 위원장이 후 주석과의 회담에서 "중국자본의 북한 투자를 환영한다"며 투자를 간접적으로 요청한 데 대한 답변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와 관련,직접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으나 "세대교체로 인해 양국의 전통적 우의가 손상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중국 측의 지원을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3일 이후 5일간의 중국 방문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주석을 비롯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원 총리와 만나는 등 중국 권력서열 1,2,3위와 모두 개별 회담을 가졌다. 또 후 주석이 6일 김 위원장의 중관춘 생명과학원 방문에 동행하고 만찬 또는 회담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과 만나며 혈맹으로서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당초 양측 최고지도자가 함께 단체 관람할 것으로 예상됐던 북한 피바다가극단의 홍루몽 공연 참관이 없었고 △김 위원장이 베이징역에서 출발할 때 환송행사가 생략됐으며 △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신화통신의 김 위원장 방중 발표 보도가 예년과 달리 일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협상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