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은 '청약대기'…우량주 저가매수도 활발

● 삼성생명 환불자금 18조 어디로
내주 공모대비 계좌이체 많아
CMA·MMF로 갈아타기도
강남큰손 삼성전자 쓸어담아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환불일인 7일 오전.청약자들은 증거금 19조8444억원 가운데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한 18조8668억원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국내 증시가 장중 3%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은 멈칫거렸다. 증시가 패닉 조짐을 보이자 안정적인 투자 성향이 강한 이들 대부분은 CMA(종합자산관리계좌)와 같은 단기상품으로 일단 갈아타는 분위기였다.

오후 들어 증시 낙폭이 조금씩 줄어들자 증권사 지점에 시장 전망을 묻는 전화가 잇따랐다. 특히 강남 '큰손'들은 지금이 절호의 투자 기회라고 판단하고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쓸어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재홍 한국투자증권 논현지점장은 "개장 초기에는 공포심리가 만연했지만 주가가 빠지는 지금이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 '큰손'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등을 수십억원어치 사들였다"고 귀띔했다. 그는 "거액 자산가들은 특판 상품을 권해도 금리가 워낙 낮아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다음 주에도 유럽발 악재 영향으로 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투자금액의 3분의 1가량을 분할 매수하는 투자자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노미애 신한투자금융 논현지점장도 "주가가 때마침 급락하면서 기회라고 생각한 투자자들이 환불금을 가지고 어느 종목에 투자하면 좋겠느냐고 묻는 전화가 평소보다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이날 외국인의 역대 최대 순매도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은 4845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1월22일 7610억원 이후 최대 순매수 규모다.

강남 '큰손'들은 과감하게 직접 주식투자에 나섰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는 신중하게 투자처를 탐색하는 분위기였다고 지점 관계자들은 전했다. 홍성임 한국투자증권 신압구정 지점장은 "지수가 많이 빠진 탓도 있고 해서 당장 투자처를 결정하지 못하는 고객이 적지 않았다"며 "일반 펀드나 ELS(주가연계증권) 등의 상품 가입은 주저하면서 최근 수익률이 좋은 자문사 랩 상품 등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환불 자금 가운데 절반가량은 공모주 투자만을 고집하는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환불을 받자마자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아 삼성생명 청약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오전 일찍부터 환불받자마자 대출 상환을 위해 자금을 뺐다.

삼성생명에 이어 다음 주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공모주 청약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도 상당했다. 11~12일 만도를 비롯해 신한제1호스팩 등 안정적으로 평가되는 공모주들의 청약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동희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영업부장은 "공모주 청약을 전문으로 하는 투자자의 자금 절반가량이 빠져나가고 나머지 투자자들은 다음 주 만도 청약을 준비하기 위해 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 쪽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삼성증권 종로지점 관계자도 "11~12일 청약 예정인 만도 공모에 들어가기 위해 일단 환불금을 수시입출금 상품 쪽으로 이체하는 투자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동희 부장은 "환불받은 고객 중 의외로 상장 이후 삼성생명을 추가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다"며 "이런 고객들이 주로 CMA나 MMF(머니마켓펀드) 등 단기 운용상품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