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보다 전자책…파주출판단지, 디지털·영상 콘텐츠 매출 쏙쏙

출판생태계가 변했다!
삼성비앤씨, 어린이 전자도서관
초등학교에 멀티콘텐츠 제공

경기도 파주 교하읍 문발(文發)리.글(文)이 시작(發)되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이곳에 국내 대표 출판 · 인쇄 기업들의 공동체인 파주출판단지(파주출판문화정보국가산업단지 · 846㎢)가 있다. 2004년 입주를 시작한 이래 웅진씽크빅,김영사,한길사,교학사 등 대형 출판사와 인쇄기업 303곳이 하루 수백종의 책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하지만 출판 시장 상황은 예전 같지 않다. 몇 년 전부터 드리워진 침체의 그늘은 올해도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보기술(IT) 산업의 발달이 가져온 결과다. 이 때문에 파주출판문화단지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꼭지 찍은 출판 생산연간 3000만부를 웃돌던 북센의 유통물량은 지난해 2600만부 수준으로 줄었다. 실제로 파주출판단지의 지난해 생산은 1조3385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 북센 1층의 집하장이 파주출판단지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면,2층의 모비북 사업부는 미래를 가늠하게 해준다. 북센은 올해 초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모비북을 개설하면서 전자책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망은 밝은 편이다. 국내 1위 단행본 출판업체인 웅진씽크빅이 전자책 콘텐츠 시장 진출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민음사 등 다른 대형 출판사들도 전자책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출판 · 인쇄업체들의 변신디지털 콘텐츠 기업으로의 변신은 지난해부터 파주출판단지의 화두로 부상했다. 단지 중앙에 있는 삼성비앤씨가 대표적인 곳이다. 1994년 설립돼 어린이용 학습도서 출간에 매진해오던 이 회사는 지난해 어린이 도서 전문 출판사 20여곳과 함께 어린이 전자도서관인 '북토비' 사업을 시작했다. 북토비와 계약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학교 홈페이지에 링크된 북토비 웹사이트를 통해 860~4500권 분량의 전자책과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강기준 대표는 "1년 만에 전국 330여곳의 초등학교가 가입했다"며 "최근에는 조달청과 27억원의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기존 오프라인 도서 분야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8년 설립돼 논문과 학술지 데이터베이스(DB) 사업을 하던 한국학술정보도 최근 변신에 나섰다. 미니홈피,블로그 등의 사진과 그림을 책으로 엮을 수 있도록 하는 스탑북 사업이 그것이다. 디지털 인쇄 방식을 이용하면 기존 옵셋 방식보다 소량 다품종 인쇄에 유리하다는 점에 착안해 개인 주문형 포토북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스탑북은 이미 한국학술정보의 주요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목표 170억원 중 스탑북 분야에서만 30억원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수인쇄 업체로 유명한 케이디미디어 역시 주력 사업을 영상 ·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교체하고 있다. 지난해 이 회사의 DVD,영화 유통 및 배급 부문 매출은 116억원으로 특수인쇄,DVD 인쇄 등 기존 인쇄 분야 매출(118억원)과 거의 맞먹는다. 특수인쇄 분야가 주춤한 데 반해 영상 배급 분야 매출은 연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콘텐츠 집약산업단지를 꿈꾼다

파주출판문화단지는 내후년쯤 단지 2단계 공사 완료 후 문화 콘텐츠 분야 집약산업단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기존 단지 옆에 들어서는 2단지는 666㎢ 규모로 영상,소프트웨어 분야 기업들이 입주하게 된다. 출판단지 관계자는 "최근 이동통신사 등이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콘텐츠 확보 전쟁에 나서고 있어 파주출판문화단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