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교토식 경영' 배우기 열풍] (1) 교세라 움직이는 '아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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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게쪼개라, 수십명 단위로 조직 세분화…직원 2100명에 아메바 400여개교세라의 자회사 중 하나인 복사기 프린터 전문업체 교세라미타.이 회사는 1998년 도산한 미타공업이 전신이다. 복사기를 생산하던 미타공업은 방만한 경영으로 2000억엔의 부실을 안고 파산했다. 일본 제조기업 역사상 최대 도산이었다.
계산은 각자, 회의실에 전기계량기 설치…전기요금 참석자끼리 분담
열매는 함께, 단기 보상은 질투ㆍ분열 유발…승급 순위ㆍ상여금으로 차별
당시 미타공업 사장은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을 찾아가 지원을 요청했다. 숙고 끝에 이나모리 회장은 미타공업 종업원들을 위해 회사 인수를 결심한다. 2000년 교세라는 120억엔을 투자해 미타공업을 인수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교세라미타는 매출 대비 순이익률 10%대의 우량 회사로 변신했다. 10년간 매출은 1100억엔대에서 2500억엔대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비결은 교세라의 '아메바 경영'.이나모리 명예회장이 창안한 아메바 경영은 회사 조직을 부서별로 소집단화해 독립채산제를 실시하는 게 요체다. 종업원이 2100명인 교세라미타는 400여개의 아메바로 회사 조직을 쪼갰다. 이들 아메바는 사실상 독립경영을 했다. 실적이 비교되다 보니 아메바들은 서로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경쟁했다.
교세라미타에선 아메바별로 전기계량기를 따로 달아 전력 사용량을 체크했다. 여러 아메바가 회의실에 모여 회의를 할 땐 회의실 조명비를 참석 인원 수에 따라 분담하기도 했다. 지독한 비용 마인드다.
아메바가 큰 실적을 올린다고 금전적 보상이 있는 건 아니다. 아메바 경영은 미국식 '성과주의 보상'과는 거리가 있다. 고마구치 가쓰미 교세라미타 사장은 "우수한 성과를 낸 아메바는 회사를 위해 노력했다는 의미에서 전 사원의 박수를 받는다"며 "그게 보상"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고 급여를 올려주면 부작용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단기 성과주의는 사원들 간 질투와 불만을 불러 사내 인심을 황폐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모든 사원의 처우를 똑같이 하자는 건 아니다. 모두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장기적으로 실적을 올린 사람은 승급 상여금 등에서 우대한다. "(이나모리 명예회장)
아메바 경영을 하면 부수효과도 많다. 소집단별로 수주나 판매 현황이 매일 집계되기 때문에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스피드 경영이 가능하다. 조직 간 벽도 허물어진다. 자기 아메바의 성과를 올리려고 관련 부서의 협조를 요청하게 되고,이로 인해 부서 간 대화가 늘어난다. "아메바 경영을 하면서 부장실이 없어졌다. 부서 간 칸막이도 낮아졌다. 같은 아메바에 속한 직원들이 상하 관계를 떠나 공동운명체라는 의식을 갖게 된 건 아메바 경영의 보이지 않는 성과다. "(가와사키 도시마사 교세라미타 홍보부장)
교토=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아메바 경영'이란…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이 1960년대부터 시작한 혁신 경영 기법.회사 조직을 비즈니스가 성립되는 최소 단위로 잘라 독립채산제를 실시토록 하는 것이다. 단세포 원생동물인 아메바처럼 소집단이 제각각 생존토록 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메바 경영은 자연스러운 동기에서 탄생했다. "처음에 28명이던 사원 수가 5년도 안 돼 100명,200명으로 불어나자 혼자서는 관리가 어려웠다. 20~30명씩 소집단을 만들고,리더를 정해 관리시키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게 아메바 경영의 출발점이다. "(이나모리 명예회장)
최소 5명에서 수십명까지 속한 교세라의 아메바들은 하나의 소기업처럼 움직인다. 아메바끼리는 외부 기업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가격을 정해 거래한다. 따라서 아메바별로 매월 매출과 비용 등 영업손익이 계산된다. 이를 아메바 소속원의 노동 시간으로 나눠 '시간당 채산성'까지 뽑는다. 그러다 보니 각 아메바가 매출은 최대로 올리고 비용은 최소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 한명 한명이 경영자 의식을 가진다는 게 아메바 경영의 큰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