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교토식 경영' 배우기 열풍] "사업초기부터 개방적 사고ㆍ글로벌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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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기업 왜 주목받나"교토 기업은 글로벌 경쟁 시대에 적합한 구조다. 그게 장기 불황에도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
스에마스 지히로 교토대 교수
'교토식 경영' 전문가인 스에마스 지히로 교토대 교수(경영관리대학원)는 교토 기업의 장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교토 기업의 경영 특징을 체계적으로 정립해 2002년 '교토식 경영'이란 말을 처음으로 쓴 학자다. ▼교토 기업이 장기 불황기에도 좋은 실적을 올린 요인은.
"구조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경기가 좋을 땐 대부분의 기업 실적이 좋다. 그러나 불황 땐 경쟁력 있는 기업과 없는 기업의 차이가 드러난다. 그게 일본에선 1990년대 장기불황 때다. '리먼 쇼크' 이후 교토 기업의 회복이 빠른 것도 그 때문이다. "
▼교토 기업의 구조적 경쟁력은 무엇인가. "수평적 분업구조와 오너십 경영이다. 일본 부품기업은 대기업의 하청기업으로 수직 계열화돼 있다. 그러나 교토 기업은 계열화를 거부했다. 전 세계 모든 기업과 동등한 조건에서 거래하는 수평적 구조를 선택했다. 그게 기업 간 제휴와 개방적 경쟁이 중요한 최근의 경영환경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오너 경영이란 것도 장점이다. 리스크를 감수하며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요인이다. "
▼교토 기업이 공통적 경영방식을 갖게 된 배경은.
"교토는 개성이 강한 지역이다. 자립과 자율을 중시한다. 긴 역사 속에서 '안티(Anti) 도쿄'라는 반골정신을 키웠다. 인근 오사카에도 많은 기업이 있었지만, 대부분 도쿄로 본사를 옮겼다. 그러나 교토 기업은 그렇지 않았다. 지역적 문화적 특성이 경영에도 반영된 셈이다. "▼교토 기업이 글로벌화된 이유는.
"교토 기업은 대개 태평양 전쟁 후 창업했다. 때문에 선발 기업이 이미 장악한 국내 시장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게이단렌을 중심으로 정치와 유착한 도쿄 기업들 사이에 끼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세계 시장으로 나간 것이다. "
▼교토 기업은 한 업종에 집중하는데."1960~80년대 고도성장기엔 사업다각화가 가능했다. 지금 같은 저성장 시대엔 잘하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교토 기업은 일찌감치 그걸 실천해왔다. "
▼교토 기업 중 가장 유망한 회사는.
"일본전산과 호리바제작소다. 일본전산은 철저히 소형 모터에 집중한다. 전기자동차 시대에 발전 가능성이 크다. 호리바는 다양화가 장점이다. 직원들의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활용해 새로운 상품과 기술을 개발한다. 두 회사의 방향성은 다르지만 모두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
교토=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