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국산 와인이 400억 수출신화 썼다

와인코리아 윤병태 사장이 기적 일군 사연
걸음마 단계인 국내 와인 업계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충북 영동에 있는 작은 와인업체가 와인대국인 프랑스 칠레 미국 등의 업체를 제치고 국산 와인 240만병(400억원)을 수출하는 계약을 따냈다.

화제의 기업은 매출 50억원,연간생산량 30만병에 불과한 와인코리아(대표 윤병태 · 53 · 사진)다. 윤병태 대표는 지난 7일 인도네시아 주류수출입을 총괄하는 국영기업 '싸리나'와 240만병(400억원)을 수출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든 와인을 8년 동안 나눠 선적하는 대규모 물량이다. 와인코리아는 최근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홍보대사를 맡으면서 이름이 알려진 회사다. 인도네시아에 수출될 와인은 충북 영동 포도로 만들어진 토종 와인이다. 수출 브랜드도 영동에 있는 마니산을 딴 '샤토마니'다.

와인코리아의 기적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공식행사에 와인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윤 대표가 현지 지인을 통해 받게 됐다. 윤 대표는 "회사가 어려워 처음에는 안 보낼까 생각하다 과감하게 무료로 1200병을 보내 이런 행운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무료지원의 보답은 6개월 뒤 박씨를 문 제비처럼 날아들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외국기업 주재원과 각국 대사관 직원용으로 호텔 등에서 판매할 와인수입을 결정하면서 프랑스 미국 칠레 와인을 빼고 와인코리아의 '샤토마니'를 선택해줬다. 더운 나라인 인도네시아에서 당도 높은 영동 포도의 스위트한 맛도 작용했다. 업계에선 지금 술병에 '금기'라고 새겨넣는 이슬람국 인도네시아에 와인을 수출하게 된 것은 기적이라는 반응이다. 와인코리아는 1996년 6월 엉뚱한 이유로 설립됐다. 1995년 포도 풍작으로 밭을 갈아엎는 '포도파동'이 터지자 영동군이 지방공기업 형태로 설립한 것이 와인코리아였다. 일종의 지역 민원용 사업체였던 셈이다. 당시 지분 중 영동군 등 10여명이 대부분을 가지고 있었고 윤 대표는 소액주주로 참여했다. 책임경영이 없는 상태에서 공기업 경영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경영이 어려워지자 영동군은 인근에서 수련원 사업을 하고 있던 윤 대표에게 경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고민 끝에 윤 대표는 1998년께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75억원으로 늘렸고 윤 대표는 특수관계인과 함께 지분을 49.5%로 늘렸다. 나머지 중 30%는 영동군이,20.5%는 포도농장주 등 592명이 보유하고 있다.

"지분을 늘릴 때 보니까 경영상태가 안좋았습니다. 오래 전 얘기입니다만 처음 와인을 생산하자 군수가 필요하다고 가져가고 면장,우체국장 등 지역유지들이 행사용으로 가져가고 그랬어요. 어느 누구도 돈을 남기는 '사업'으로 키울 생각을 안 했어요. 남는 돈은 회식이나 야유회 비용으로 나갔습니다. "

경영을 책임진 그는 와인사업에 올인했다. 윤 대표는 와인을 배우기 위해 프랑스를 오갔다. 5년 동안 매년 6개월씩 프랑스에서 유명한 와이너리를 찾아다니며 포도재배와 와인 제조기술을 배웠다. 와인코리아는 2005년부터 제대로 된 병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초창기 연간 4000만원에 불과하던 연매출이 2000년 6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50억원으로 급증했다. 와인 종류도 스위트에서부터 드라이 스파클링 등 20여 종류에 달한다. 와인 판로도 신세계백화점,롯데마트,이마트,농협,군납으로 확대해 갔다. 와인코리아는 이번 수출계약으로 이달에 40만달러어치의 와인 물량을 생산해야 한다. 이 회사는 또 한류스타인 배용준 측과 욘사마 와인을 출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윤 대표는 "나와 와인은 인연으로 맺어진 사이 같다"며 "수출길을 활짝 열었으니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 아니겠느냐"며 활짝 웃었다.

충북 영동=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