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로존] 英 거쳐 美·日까지 덮치나…'재정적자' 쌓인 선진국들 초긴장

'그리스 바이러스' 어디까지
그리스 재정위기가 유럽을 넘어 미국과 일본마저 덮칠까.

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은 그리스 사태가 어디까지 전염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남유럽을 뛰어넘고 영국을 거쳐 미국과 일본으로까지 번질 경우 2008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발하고 세계 경제가 '더블딥(경기가 반짝 상승했다 다시 침체되는 현상)'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개 드는 비관론

최근 들어 그리스 사태의 전 세계적 확산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주목받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7일 미국 CNBC에 출연해 "그리스 부채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그리스 사태가) 일본과 미국으로 확산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일본의 국가부채 문제를 지적하며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언급했다. 비관론의 배경은 간단하다. 주요 선진국 역시 남유럽 국가와 같은 고질적인 재정문제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태풍의 핵'인 그리스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13.6%였고 그리스와 함께 'PIGS'로 불리는 포르투갈(9.4%)과 아일랜드(14.3) 스페인(11.2%) 등도 10% 안팎에 달한다.

영국(11.6%) 일본(9.2%) 미국(9.9%) 등 선진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본은 GDP 대비 국가부채가 218%로 그리스(119.9%)의 1.8배나 된다. 그리스 사태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직은 '지역 위기'

전문가들은 그리스 사태가 아직까지는 남유럽의 '지역적 위기'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PIGS 국가들이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 중 70% 이상이 유럽계 은행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채무 관계가 유럽을 중심으로 얽혀 있다 보니 미국이나 일본에까지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리스 사태는 2008년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에는 주택담보대출에 기반한 파생상품이 부실화되면서 미국계 은행뿐만 아니라 이 상품을 사들인 유럽과 일본계 은행들도 직접적인 손실을 입었다. 뿐만 아니라 손실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워 금융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 반면 이번 그리스 사태는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만큼 부실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방어를 위해 사태 확산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재정적자가 심각하지만 그리스와 같은 상황은 아니라는 게 아직까지는 중론이다. 미국의 경우 최근 경제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은 세계 최대 채권국인데다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채권의 대부분을 일본인들이 보유하고 있어 채무 불이행 위험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이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급속히 전염되는 상황이 연출될 경우 헤지펀드 등 투기성이 강한 자본이 옮겨다니면서 재정상황이 나쁜 나라들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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