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4조·매출 3조 '만도(萬都)' 상장 스타트

"전 세계 일만개 도시에 '만도(萬都)'의 깃발을 꽂는다. 인간이 마음먹으면 못할 것이 없다(Man do)."

국내 최초의 자동차 전문부품 업체인 회사명 '만도'가 지닌 뜻이다. 이는 고(故)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이 1962년 10월1일 만도의 전신인 현대양행을 설립하면서 했던 말이다. 1997년 IMF 한파로 JP모건 등 재무적투자자(FI)에게 회사가 넘어간 뒤 꼭 10년 만에 한라그룹 품으로 복귀한 만도. 드디어 2년간 기업공개(IPO) 준비 끝에 오는 19일 증시에 첫발을 내딛는다.

◆1주당 공모가격 8만3000원…우리투자증권 등 3곳서 청약

만도는 공모청약(11일~12일)을 하루 앞둔 10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 덕분에 만족할 만한 수준의 공모가(8만3000원)가 나왔다"고 밝혔다. 변정수 대표이사 사장(55)은 이날 자리에서 "지난주 수요예측시 높은 경쟁률을 보여준 기관투자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구주주들과 신주주가 될 분들을 동시에 배려해 공모가격을 8만3000원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3년까지 세계 프리미엄 자동차에 최고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세계 50위권 내 자동차부품 회사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만도는 지난주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공모가 결정을 위한 '수요예측(기관 경쟁률)'을 벌인 결과, 최저 공모희망가격인 7만5000원보다 8000원 더 높은 가격대에서 공모가가 결정됐다. 일반투자자들이 만도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공모청약일은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이며, 청약이 가능한 증권사는 우리투자증권(배정주식수 165만주), HMC투자증권(90만주), 대우증권(60만주) 등 3곳이다.

또 한라그룹 및 KCC 등이 보유한 구주매출 393만1098주(지분 65.5%)와 신주 206만8902주(34.5%)를 합쳐 모두 600만주가 공모되며, 상장예정 주식수는 한라건설(지분 22.5%) 등 기존 주주의 보유지분을 포함해 약 1821만주이다.

이번주 만도의 공모청약이 마무리되면 오는 19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권매매의 거래가 개시된다. 첫날 시초가는 상장일 오전 8시~9시에 공모가격의 90~200% 사이에서 호가를 접수받아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합치되는 가격으로 확정된다. ◆글로벌 車 부품사 만도 …작년 수주액 4조3000억, 매출액 2조7000억

GM 등 빅3 뿐만 아니라 푸조-시트로앵, 르노, 중국 로컬 업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납품처를 확보하고 있는 글로벌 부품업체인 만도는 지난 한 해 동안 3조원 가까운 매출액을 올렸다.

또 작년 수주금액은 4조3000억원으로 전년(3조2000억원)에 비해 1조원 이상 불었다. 2009년말 기준으로 수주 잔고는 약 16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수주 규모는 앞으로 안정적인 매출 달성은 물론 지속적인 신규 수주 확대로 매년 누적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강봉수 경영기획실장(상무보)은 "통상 수주한 뒤 2년 뒤쯤 매출에 반영되기 때문에 오는 2012년 매출은 전년대비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만도의 최대 고객사는 현대차로 수주잔고 비중이 43.4%에 달하며, 기아차(24.3%)와 GM(18.0%)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부채비율도 한라그룹으로 복귀한 뒤 대폭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2007년 당시 117.9%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2008년 103.4%, 2009년 96.4%까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실장은 "프리미엄급 차량의 부품 전분에서 고르게 수주를 이끌어낸 것이 큰 결실이었다"며 "이러한 영향으로 마침내 자기자본이 타인자본을 앞지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만도의 투자가치?…독보적인 '기술력'이 해답

전문가들은 만도의 독보적인 자체 기술력을 가장 큰 '강점'으로 꼽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현대모비스가 아닌 만도의 부품을 대량 사용하는 것도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만도는 자동차에서 엔진 다음으로 중요한 섀시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만도의 주력제품은 차량의 속도를 줄이거나 주·정차에 쓰이는 제동장치, 핸들의 움직임을 바퀴에 전달하는 조향장치, 노면에서 오는 충격을 감소시키는 현가장치로 현재 섀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3개 장치를 모두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 3개 장치를 일괄 생산하는 자동차부품 업체느 전 세계에서 만도가 유일하다.

만도 관계자는 "특히 제동장치의 경우 1999년 국내 최초로 ABS(Anti-Lock Brake System) 독자개발 및 급제동시 차량전복을 방지하는 ESC(Electronic Stability Control)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개발, 양산하고 있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조향장치는 자동차의 전자화 추세에 맞춰 EPS(Electric Power Steering System) 등을 개발해 GM 등에 공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만도는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7월 부품 선정에 있어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럽 완성차 업체에 국내 업체로는 최초로 부품을 공급하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다.

◆공모가 8만3000원은 '싸다'…증권업계 목표가는 '11만5000원'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실적과 기술'을 동시에 겸비한 만도의 이번 공모가가 '싸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공모청약에 앞서 이 회사의 적정주가를 11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수주 4조원, 영업이익 2조원(본사기준), 영업이익이 1000억원 이상 달성이 충분할 것으로 보여 이번 공모가격은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상 싼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공모가격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7배 정도로 집계됐다.

이상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이 7~8% 수준을 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 영업환경이 좋아 1000억원대 영업이익이 확실시 되고 있어 상장 이후 주가전망도 아주 밝다"라고 내다봤다.

또 공모가격의 PER은 8.7배 정도로, 경쟁업체인 한라공조(8.5배)와 현대모비스(8.6배)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전장부품 사업에서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중이란 측면에서 '주가 프리미엄'을 더 반영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공모가보다 3만원 더 비싼 수준의 목표주가를 내놓기도 했다.

서 애널리스트는 이날 분석보고서를 통해 "현대모비스가 만도와의 기술격차을 점차 줄이고 있어 현재 만도의 가치를 모비스의 80% 수준으로 본다"며 "하지만 만도의 장기 성장률은 2000년 이후 매출처 다변화에 성공한 저력을 바탕으로 모비스를 능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만도는 기술 경쟁력만으로 승부해 과거 10년의 격변기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다"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용은 지난해 단독 기준으로 5.2%에 달하고, 보유한 특허수도 2260개에 이른다"라고 설명했다. 만도는 2012년까지 연평균 매출 15.9%, 영업이익 51.1%, 세전이익 43.5%의 탄탄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