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으로…고궁으로…'도시樂 번개'

직장인들 야외 도시락 열풍
CEO도 점심 미팅…소통 강화
편의점, 도시락 매출 3배 껑충

서울 명동 인근 H기업에 다니는 방창석씨(29)는 최근 점심 시간에 직장 동료 세 명과 함께 '남산'을 찾았다.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산 방씨는 '삼순이 계단'을 지나 '중앙광장'에서 동료들과 '야외 점심'을 즐긴 후 회사로 돌아왔다. 방씨는 "매일 같은 메뉴의 구내 식당도 지겹고 날씨가 좋아 도시락을 사서 야외에서 밥을 먹자고 했더니 다들 흔쾌히 받아들여 나왔다"고 전했다.

음식점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점심을 먹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이달 들어 예년의 기온을 회복하면서 '뒤늦게 찾아온 봄'을 점심과 함께 즐기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야외 점심으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남산과 덕수궁 돌담길,세종문화회관 뒤편,경복궁,경희궁,청계천 등이다. 남산의 경우 장충공원과 한양공원,중앙광장,팔각정 등 여럿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많고 시원한 시내 전경도 바라볼 수 있어 야외점심 명소로 꼽힌다. 서울시청과 덕수궁 돌담길 일대도 명소 중 하나다.

점심 시간에 남산을 즐겨 찾는다는 숙명여대 교직원 권경미씨는 "친한 교직원들과 종종 도시락을 사서 함께 남산을 오른다"며 "도시락이 3000~4000원대라 비용도 절약하고 일반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정취를 즐기는 데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근처의 효창공원도 권씨가 즐겨 찾는 장소다.

도시락 점심을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최고경영자(CEO)들도 있다. 이승우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대표적 인물.이 사장은 평소 만나기 힘든 젊은 신입 사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점심 시간을 이용해 '도시락 미팅'을 갖는다. 도시락 식사 후 이 사장은 직원들과 근처 청계천을 찾아 가벼운 산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유흥수 LIG투자증권 사장은 팀별로 돌아가며 '도시락 번개'를 제안,직원들과 도시락 점심을 함께한다. 이에 따라 외식 업체들도 각종 테이크아웃용 메뉴를 내놓고 있다. 외식업체 빕스는 에피타이저에서 디저트까지 한꺼번에 구성한 '도시락세트'를 내놓았으며 '커플세트' 및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한 '패밀리세트'도 출시했다. 아웃백은 도시락 외에도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메뉴를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이 밖에 외식업체 '아워홈'은 최근 정통 일식 코스를 그대로 축소한 스시도시락을 내놓았으며 '카페아모제'는 커리(Curry) 패키지도 선보였다.

편의점들도 가세했다. 최근 '양구 산채비빔밥' 등 비빔밥 도시락 2종을 내놓은 GS25는 지난 1~4월 도시락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300%가량 성장했다. 훼미리마트의 경우 올 들어 전체 매출구성비에서 도시락이 13.5%를 차지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대에 진입했다. 정재형 GS25 MD부문장은 "아끼려는 알뜰 직장인을 중심으로 편의점을 찾아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