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프리미엄 노린 '바지 전매' 수도권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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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 필요한 사람 명의 빌려남의 이름을 빌려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분양권을 수천만원을 받고 매입한 뒤 잠적하는 이른바 '바지 전매'가 수도권에 상륙했다.
차액 현금으로 챙긴뒤 잠적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분양권을 사들이면 매도자로부터 현금을 받는다는 점을 이용한 수법이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시에 430여채 규모의 아파트를 공급한 S건설은 최근 바지 전매로 의심되는 분양권 거래 행태가 파악됨에 따라 전매를 금지했다.
S건설 관계자는 "최근 1개월 동안 바지 전매로 의심되는 사례가 10건 이상 들어왔다"며 "처음 4건 정도는 허용했지만 낌새가 심상치 않아 차단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아파트를 분양받은 고객들에게 중도금 은행 대출을 알선해줘 회사 측이 대출 승계를 허용하지 않으면 분양권 전매가 불가능하다. S건설에 따르면 이달 8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1년 반 사이 분양권 거래가 거의 없었으나 최근 한 달 동안 전매를 허용해 달라는 요청이 늘어났다. 매수자는 대부분 대구 포항 등 경상도 지역의 20대들이다. 자금력이 의심되는 젊은이들이 연고도 없는 파주지역 아파트를 사겠다고 나선 것이다.
시공사 측은 이들이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이름을 빌려준 '바지'에 불과하고,이들을 통해 분양권을 사들이며 현금(마이너스 프리미엄)을 챙긴 배후 세력들은 잠적해 버릴 것이란 설명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S건설 인근 J단지에서도 전매로 분양권을 산 이들이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하지 않아 시공사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지 전매로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중도금 대출을 연대보증한 시공사다. 이름을 빌려주는 대가로 수백만원을 받는 명의 대여자들도 중도금을 못 내면 신용불량자로 등록된다.
분양대행업체 R사 관계자는 "미분양이 많은 지방에서 생겼던 바지 전매가 수도권에 등장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여건이 취약해졌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바지 전매는 미분양 물량이 많아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컸던 대구 부산 광주 등에서 지난해 상반기까지 성행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