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의료시장 돌풍…'다빈치'의 대박 비결은

美 인튜이티브 서지컬社
외과수술 로봇 '다빈치'의 위력은 대단하다. 다빈치는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 등 전 세계 의료장비 시장에서 1000대 이상 판매됐다. 다빈치의 개발 · 판매업체인 미국의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지난해 이익률은 20%를 웃돌았다. 주가는 1년 새 두 배 넘게 뛰었다. 다빈치의 성공 요인은 뭘까.

다빈치는 1980년대 말 미 육군에서 야전병원 원격치료용으로 기본개념이 도입됐지만 결국 상업화가 먼저 된 첨단 의료기술 로봇이다. 이 개념을 시험하기 위해 1995년 설립된 인튜이티브 서지컬이 1999년 1월 다빈치를 첫 실용화했다. 인체 해부도를 그린 천재 예술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름을 땄다. 다빈치 로봇은 2000년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복강경 수술용 승인을 받은 뒤 흉부외과 수술,비뇨기과 수술,부인과 수술용 로봇 허가를 받았다. 의사가 직접 집도하는 게 아니라 게임기의 조이스틱을 사용하는 것처럼 다빈치의 컴퓨터 제어기술을 이용해 로봇팔을 조종하는 방식이다. 회사 측이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은 로봇팔이 환자의 수술부위를 최소로 정밀 절제해 시술(최소 침습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수술부위가 작아 출혈이 적고 환자의 회복도 빠르다.

다빈치의 대당 판매가격은 100만~225만달러에 이른다. 다빈치를 구입한 병원은 유지와 관리비로 연간 14만달러,수술 1회당 부품 교체비로 1500~2000달러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현재 미국에서 다빈치를 이용하는 병원은 853개며,한국에서도 22개 병원이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지난해 10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순이익도 2억3300만달러에 달했다. 이 회사 주식은 2000년 6월 나스닥시장에 상장돼 주당 18.12달러로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 7일 주가는 324.32달러에 마감돼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화려한 마케팅도 급성장을 뒷받침했다. 다빈치는 미국의 인기 TV시리즈인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선보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보험 개혁법안 처리를 홍보하는 도중 클리블랜드 병원에 들러 다빈치 로봇을 시범 사용했다. 미국 뉴잉글랜드의 한 병원은 대학 간 하키게임 휴식시간에 6000명의 하키팬을 상대로 다빈치 시연회를 가졌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빈치가 의료기술 발전의 상징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지난해 여름 '최고의 병원'을 주제로 다뤘는데 다빈치를 커버스토리로 실었다. 보스턴 메디컬센터의 폴 레비 최고경영자(CEO)는 "병원들 사이에 첨단 의료장비를 확보하려는 경쟁 역시 다빈치 판매에 한몫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있다. 다빈치에 대한 조종 훈련을 충분히 받지 않으면 수술시 의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사들의 지적이 회사로서는 가장 큰 부담이다. 보스턴 브리그햄 여성병원의 짐 후 외과의사는 다빈치로 1000번 이상 수술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그는 "비뇨기과 의사의 경우 다빈치를 완전히 익히려면 250~700번의 실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내 20개 병원이 다빈치 조종 훈련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까닭이다. WSJ는 일부 병원 외과의사들이 다빈치를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또 기존 비뇨기과 시술과 비교해 다빈치가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병원 한 곳에서 1년에 최소한 520번 수술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