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 특허만 20건…기술지주회사 만들겠다"

에너지벤처 자이벡 김성완 사장
폐열회수기술 포스코서 상용화
"자원 고갈 현상이 심해질수록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은 그 가치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기술인 전성시대를 활짝 열겠습니다. "

포항테크노파크에 입주한 에너지 분야 벤처기업인 자이벡의 김성완 사장(41 · 사진)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연구원 1명당 연간 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서는 기술지주회사를 만드는 게 지상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지향하는 기술지주회사는 자이벡이 보유한 기술을 평가해 자금을 대는 민간 기업과 자회사 성격의 법인을 세운 후 자이벡 연구원들이 기술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사업화에 나서 이익을 지분에 따라 나눠 갖는 방식이다. 현재 자이벡에 근무하는 석 · 박사 인력은 15명.김 사장 계획대로 이들이 15개의 독립된 자회사에서 각각 일하며 성공한다면 총 매출 1500억원의 기술지주회사가 탄생한다.

물론 이 같은 발상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도 없지 않다. 대학이나 전문 연구기관에서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경우는 있어도 민간 벤처기업이 기술만으로 사업화하겠다고 나선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사장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미 팔부능선을 넘긴 것이나 다름없다"며 "2006년 법인 전환 당시 매출이 연간 5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0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효율 개선 분야 원천기술 특허 20건을 보유하고 있다. 특허 출원 중인 것도 20건에 달한다. 김 사장은 이미 지난해 8월 열에너지 회수 시스템 등 3건의 특허로 1호 자회사 격인 누트파이브를 탄생시켰다. 반도체 생산공정 전문기업인 한양이엔지가 4억5000만원을,포항테크노파크가 5000만원을 투자해 김 사장에게 45%의 지분과 대표이사 자리를 맡겼다. 김 사장은 "누트파이브는 폐열에너지를 회수해 발전용 연료전지의 에너지 효율을 10% 향상시키는 연료전지용 송풍기를 제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최근 또 히트를 쳤다. 포항제철소의 굴뚝을 통해 버려지는 폐열을 회수해 전기에너지로 재생하는 실험을 벌여 굴뚝 1기당 600여가구가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얻어냈다. 포스코 전체 굴뚝에 접목하면 연간 581억원의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

포스코의 호응도 뜨겁다. 포스코는 이 기술을 올해부터 상용화하기로 하고 연구개발비 20억원을 김 사장에게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김 사장은 관련 특허 소유권을 포스코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포스텍 기계과 석사(열 · 유체 전공) 출신인 김 사장은 2002년 실험실 한 쪽에 책상 하나를 빌려 1인 창업을 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대표선수로 뽑힐 만큼 수학적 재능을 보유한 그는 초창기 어느 누구도 자신의 에너지 회수 기술에 주목하지 않자 적잖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 김 사장은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내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인정받기 위해 오기로 버텼다"고 회상했다. 2005년 고효율 에어컨 핵심기술 중 하나인 '압축기용 인버터 향상기술'이 모 대기업 에어컨 제품에 적용되면서 그의 이름이 알려졌다. 김 사장은 "아직도 기술이 진정한 지식재산권으로서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기술개발자가 대접받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빨리 오도록 땀흘리겠다"고 말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