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에 한번 전국 공구상들은 이 책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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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체 '책임테크툴'…카탈로그 제작 14만부 팔려
가격ㆍ특징 수록…北에도 보내져
2년에 한번,3월 말이면 전국 공구상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책 한권이 나온다. 제목은 '한국 기계공구 종합 카탈로그'.드라이버 망치 전동공구 등 국내외 모든 공구의 특징과 가격을 총망라한 공구업계의 '바이블'과도 같은 책이다.
이 책을 발간하는 곳은 대구 인교동에 자리잡은 중소기업 '책임테크툴'.중소기업이 만드는 책이 어떻게 대한민국 공구 분야의 '바이블'로 자리잡았을까. 그 답은 40년간 공구유통업에 매진해 온 최영수 책임테크툴 사장(63)에게 있다. ◆삼성 발원지에서 최대 공구유통업체로
책임테크툴의 전신은 '책임보장공구사'다. 최 사장이 25세이던 1971년 직원 한 명을 데리고 창업한 회사다. '책임보장'이란 회사 이름은 자전거를 타고 공구를 팔던 행상시절 '믿을 수 있는 공구를 파는 청년'이라며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에서 따왔다.
초기 자본금은 고작 40만원.출발은 초라했지만 고객의 믿음을 중시하는 최 사장의 신뢰경영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1987년 공구 도매업에 뛰어든 것을 시작으로 회사는 급격히 커졌다. 1993년에는 지금의 본사가 있는 대구 중구 인교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책임테크툴 본사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곳은 고 이병철 회장이 1938년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를 설립한 자리.본사 옆 물류센터 건물도 삼성상회의 사택부지를 사들여 지었다. 삼성그룹 발원지에 터를 잡은 효과일까. 책임테크툴은 창사 40년 만에 국내 최대 공구유통업체로 성장했다. 1998년 1000여개였던 거래선(공구상)은 현재 3750개로 늘었다. 국내 공구상의 90%가량이 책임테크툴의 고객인 셈이다. 1995년 425억원이던 매출(자회사인 책임웰딩 포함)도 2000년 650억원,2007년 1501억원에서 지난해 191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2220억원이다.
◆한국 공구업계 '바이블'을 만들다
책임테크툴을 '전국구 스타'로 만든 것은 '한국 기계공구 종합 카탈로그'다. 최 사장은 "공구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나라 산업 성장의 기반"이라며 "예컨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선 어떤 공구가 필요한지,어디서 살 수 있는지 등 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카탈로그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1989년 28쪽짜리 첫 카탈로그를 내놨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2001년 724쪽,2003년 994쪽,작년엔 2276쪽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제작 부수도 8만8850부에서 9만3000부로 급증했다. 작년에 발간한 열한번째 카탈로그는 권당 2만5000원임에도 무려 14만부나 팔렸다. 웬만한 '베스트셀러'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국내 1000여개 공구상과 해외에 공장을 둔 국내 기업은 물론 북한에도 보내진다.
책임테크툴은 30억원을 들여 카탈로그에 이어 온라인으로 공구정보를 볼 수 있는 통합정보 시스템을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다. 올 7월엔 사명을 '크레텍(CRETEC) 책임'으로 바꾸고 중국 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대구=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