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도대상] 교보생명 지연숙씨‥"진심은 반드시 통한다"…계약유지율 100% '퍼펙트'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로비에는 사람의 얼굴들을 새긴 조형물이 있다. 교보생명 역사상 최고의 업적을 일군 컨설턴트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고객만족 명예의 전당'이다. 지난 50년간 단 5명의 얼굴만 새겨졌을 정도로 교보생명 컨설턴트들에게는 최고로 영광된 자리다. 지난해 이 자리에 다섯 번째 얼굴이 추가됐다. 주인공은 서울 서대문 중앙FP지점의 지연숙씨(49).지씨는 2007년 보험왕에 오른 데 이어 올해도 보험왕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올해는 재무설계사를 시작한 지 20년을 맞이하는 해라 더 뜻깊은 성과다.

◆계약 유지율 100% 신화지씨가 작년에 올린 수입보험료는 74억5000여만원에 달한다. 그가 성사시킨 보험계약에서 매달 6억2000만원이 넘는 보험료가 들어온다는 얘기다. 13회차 계약 유지율(보험계약을 1년 이상 유지하는 비율)은 수년째 100%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퍼펙트' 계약유지율 신화가 그를 '고객만족 명예의 전당'에 얼굴을 새길 수 있게 만들었다. 지씨는 교보생명 연도 대상인 '고객만족 FP 대상' 수상자 명단에 2004년 이후 한번도 이름을 빠뜨린 적이 없다. 세계 보험인들에게 명예의 전당인 '백만불 원탁회의(MDRT)'에도 8년 연속 회원으로 등재됐다. 5년 전부터는 MDRT 최고 등급인 TOT 멤버에 올랐다.

지씨의 이 같은 성과는 고객 성향에 맞는 상품 권유와 철저한 고객서비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목표를 채우기 위해 고객에게 계약을 강요한 적이 없다"며 "고객의 상황에 맞는 보험 상품을 권하고 보험의 가치를 깨달아 가입할 수 있도록 하니까 계약 유지가 잘 되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매달 1000명이 넘는 고객에게 건강정보,재테크 정보 등이 담긴 편지를 보낸다. 또 고객 한명 한명에게 충실한 재정설계를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챙겨야 할 고객이 워낙 많다 보니 비서도 2명이나 뒀다. 고객 이름은 물론 특징 하나하나까지 기억할 정도로 고객 관리에 정성을 쏟는다. 고객에게 편지 하나를 보낼 때도 정성을 듬뿍 담는다.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는 것이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한 그의 영업철학이다. 지씨는 "처음과 끝이 똑같게 고객과 평생을 함께 하는 종신보험 같은 컨설턴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그를 동료들은 '관리의 여왕'이라고 부른다.

◆17년 만에 이룬 보험왕의 꿈

지씨의 보험 영업 생활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1990년 11월 입사 후 타고난 성실함과 도전정신으로 해마다 연봉을 1000만원씩 늘려갔다. 활동 10년이 되는 해인 2000년 드디어 억대 연봉자가 됐다. 하지만 성공은 시련과 같이 온다고 했던가.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고비가 왔다. 외환위기 후유증으로 인해 주고객이던 서울 동대문시장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지자 보험을 해약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일이 어려워지니 마음이 힘들었고,마음이 힘드니 몸이 아팠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연도대상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서 "20년 만에 보험왕이 됐다"는 한 대상 수상자의 프로필을 들었다. 그 순간,지씨는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었다.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0년을 연습했으니,10년 더 노력해서 2010년엔 꼭 저 자리에 서겠다고 자신에게 약속했어요. "그때 만든 이메일 주소 아이디가 'JYS(지연숙)-2010'이다. 보험왕 달성의 해를 2010년으로 잡고 카운트다운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씨는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VIP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이듬해인 2002년 보기좋게 재기에 성공했다. "두드리니 열리더군요. 기업가,전문직 종사자 등 VIP 고객을 확보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고객층이 두꺼워지고 영업실적도 저절로 향상됐습니다. "이후 2003년부터는 매년 시상식에서 교보생명 전체 재무설계사 5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2007년에는 고대하던 보험왕 자리에 올랐다. 목표를 3년이나 앞당겨 달성했다. 그리고 올해,10년 전 약속이 두 번째 보험왕으로 현실이 됐다.

그는 "고객이 성장한 만큼 스스로도 성장했다"며 공을 고객들에게 돌렸다. 지난 20년간 '고객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란 마음으로 뛰어왔고,그러다 보니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성공한 재무설계사 자리에 올라있었다는 설명이다. 지씨는 "지금 현재의 고객에만 머물지 않고 그들의 자식,손자,또 그 아래까지 대를 이어 교보생명의 고객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말한다. 또 "나이가 들어 더 이상 활동을 못할 때쯤엔 재무설계사들을 위한 전문양성기관을 만들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