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교토식 경영' 배우기 열풍] (2) "납기 절반으로 줄여라"…혁신 아이디어 '배틀'

(2) 호리바제작소 '벤처DNA'
뛰어난 제안에 '블랙잭 상'…연말엔 지역별 대표 '월드컵'
호리바제작소 사람들은 "우리 제품이 없으면 세계의 공장이 멈춘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전 세계의 자동차 반도체 의료기기 메이커들이 성능이나 품질을 시험하기 위해 호리바제작소가 만든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은 다양하지만 제품 컨셉트는 단순하다. 기체 액체 고체의 성분을 분석하거나 수치를 측정하는 장비를 만드는 것.예컨대 자동차 배기가스를 측정하거나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해물질의 성분을 분석하는 장비를 생산한다. 전형적인 다품종 소량생산이고,수요처가 제조업체나 공기업이다. 크게 △자동차 △반도체 △의료기기 △환경기기 등 4개 분야와 연관된 장비를 만든다. 특히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장치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호리바제작소는 1998년부터 납기를 줄이기 위한 '블랙잭'이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반도체 등 개발 사이클이 짧은 시장에 신규 진출하면서 납기 단축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 되고 있어서다. 이 회사의 목표는 모든 제품의 납기를 절반으로 단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매월 혁신활동을 잘 수행한 4~5개 팀 중 한 팀을 골라 블랙잭 상을 수여한다. 44개 해외 그룹사들도 마찬가지다. 수상식에는 사장이 직접 참석해 직원들을 격려한다.

연말에는 일본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지역별 대표가 모여 겨루는 '블랙잭 월드컵'이 열린다. 우승자에겐 블랙잭 배지가 수여된다. 지난해 11월엔 싱가포르 법인 직원이 외국인으로선 처음 블랙잭 배지를 받았다. 짐바 테쓰야 홍보부장은 "회사의 매출액과 이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호리바 최고고문은 현재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왕성한 집필 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혁신을 주문한다. 그의 책 제목은 도발적이다. '남의 말을 듣지 마라''하고 싶은 대로 해라''하기 싫으면 관둬라' 등이다. 그의 책 중 '일 잘하는 사람,일 못하는 사람' 등은 한국에서도 번역돼 베스트셀러가 됐다.교토=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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