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시점은?…전문가들 "하반기 이후에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남유럽 재정위기가 장기적으로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15개월째 2.0% 수준으로 유지한 배경에 대해 "국내 경기 회복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해외 위험요인 등에 비춰보면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세계경제는 신흥시장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경제도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남유럽 재정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아서 국제 금융시장이 수시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위험이 잠재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유로존 재정문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키고 있는 점을 미뤄 통화정책 변경에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은 인상 논리가 시장에 반영될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금리인상 하반기 이후에나"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는 국내외 불안 요인을 고려하면 금리인상 시기는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대우증권 김일구 애널리스트는 "남유럽 사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 "이것이 금리인상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금리는 내년 1분기에나 인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박사는 "국제 금융시장이 특히 5월 들어 더 불안정해지면서 기존에 상반기 중 금리인상을 예상했던 전문가들도 인상 시점을 하반기로 바꿨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남유럽 사태라는 장기화될 문제를 계속 껴안고 금리인상을 미루는 것은 잘못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LG경제연구원 정성태 연구위원은 "유로존 재정문제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금리인상을 연기시킬 수는 없다"며 "2분기 GDP 발표 이후인 9~10월경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물가가 높아지기 전에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금리인상 시그널 아직 없다"
고용동향과 민간 소비 등 자생적 경기 회복의 기준으로 삼을 만한 지표의 가시적인 개선이 미흡한 점도 금리인상 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월 경기동행지수는 전월대비 0.5p 높아진 100.5를 기록해 지난해 3월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경기선행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했다. 고용시장은 회복세를 보였다. 4월 중 취업자수는 전월대비 15만명 늘어나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 실업률도 전월보다 0.1%p 줄어든 3.7%를 기록했다.

4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나타나 전월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4월 생산자물가는 1년1개월 만에 첫 3%대를 진입해 유가와 농림수산품을 중심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전효찬 박사는 "소비자 물가가 전년대비 3% 이상 올랐지만, 아직도 한은 관리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의 당위성을 제공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고용동향도 안정적이지 않아서 당장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SK증권 염상훈 애널리스트는 "물가 상승 등 저금리 부작용이 나타나야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는데, 부동산 시장에서 매매가격은 되레 내려갔고 원화 강세로 수입물가는 오히려 안정됐다"며 "현재 경기회복 속도와 비교하면 물가는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미시적인 출구전략 먼저 나와야"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유동성 흡수를 위한 미시적인 정책이 선행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우리선물 전성웅 애널리스트는 "시중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재할인율 인상이나 총액한도대출 규모 축소 등 유동성 흡수를 위한 미시적인 정책이 선행돼야만 금리인상까지 이르는 출구전략이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