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산업 구조개편 서둘러야 할 때

우리나라가 기대했던 요르단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한 것은 원전 수주를 둘러싼 국제적인 경쟁이 갈수록 치열(熾烈)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경쟁에 참여했던 우리 한전컨소시엄 측은 사업규모나 수주방식에서 이점이 별로 없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난번 UAE 원전수주 경쟁에 우리에게 밀렸던 프랑스 아레바와 일본 미쓰비시 컨소시엄이 이번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보면 특히 그렇다.

우리나라가 UAE 원전수주에 성공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는 하지만 한마디로 원전 선진국들의 견제가 생각보다 빨리 본격화된 느낌이다. 특히 프랑스가 UAE 원전에서 한국에 고배를 마신 뒤 원전의 안전성 문제를 집중 거론하는 등 한국을 겨냥하고 나선 것이 이를 말해준다. 일본 역시 한국의 원전 수주를 보고 전열을 재정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의 경쟁자는 기존의 원전 선진국들만이 아니다. 원전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도 앞으로 경쟁상대로 등장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거대 원전시장으로서의 중국의 의미가 더 커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이 기술자립화를 달성하면 궁극적으로 해외 원전수주 쪽으로 눈을 돌릴 것은 너무도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이 모든 변수에 대응할 새로운 전략을 지금부터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중에서도 원전사업을 보다 경쟁력있는 구조로 개편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민간부문에서는 그 방향으로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두산중공업 외에 다른 기업들도 원전시장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면서 경쟁체제로의 재편(再編)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그렇다. 문제는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그리고 한국전력기술 등으로 구성된 공공부문 원전사업 구조다. 원전수출 측면에서 공기업이 안고 있는 한계점과 더불어 현재의 분산 · 병렬형 체제가 원전수출 확대에 과연 경쟁력이 있는지를 깊이 고민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우리가 경쟁해야 할 원전 선진국들의 경우 설계,건설관리,유지보수,핵연료 등의 일관체제를 갖추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특히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