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양대산맥' 넥슨·엔씨소프트, 잇따른 M&A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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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M&A(기업 인수·합병)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1주일 새 넥슨 2개, 엔씨소프트 1개 개발사 인수1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최근 중소 게임개발업체 '넥스트플레이'를 인수키로 계약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넥스트플레이의 지분 65%를 취득했으며 이번 인수로 80명 이상의 캐주얼 게임 개발자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가 이번에 인수한 넥스트플레이는 2003년 게임 개발자들이 모여 설립한 회사로 '크레이지 아케이드' 등 간단하고 쉬운 캐주얼 게임을 주로 만들어 왔다. 차기작인 '펀치몬스터'는 아직 상용화 전이지만 쉽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넥스트플레이 인수 발표에 앞서 넥슨은 지난 3일에 엔도어즈를 인수했으며, 이어 6일엔 '게임하이'와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게임하이는 지난해 415억원의 매출을 올린 중소규모 게임개발업체로 일인칭슈팅게임(FPS) '서든어택'은 106주간 게임순위 1위를 차지하는 등 FPS 장르에서 독보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업체다.
또 엔도어즈는 지난해 403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인 '군주'와 '아틀란티카'로 잘 알려져 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중소 전문 게임업체 M&A를 통한 '몸집 키우기' 역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됐다.두 업체중 보다 공격적인 곳은 넥슨. 이 회사는 2004년 '메이플스토리' 개발사 '위젯'을 시작으로 2008년에는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네오플', 2009년 '시메트릭스페이스'와 '코퍼슨스' 등을 인수했다. 지금까지 인수한 게임개발업체는 총 8개에 이르고 있다.
넥슨과 비교할 때 소극적이긴 하지만 엔씨소프트도 2008년 '러브비트'를 개발한 '크레이지 다이아몬드', 2009년 '포인트블랭크'의 개발사 '제페토' 등 이번 넥스트플레이를 포함해 총 3개 게임개발사를 인수했다.
◇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몸집 키우기'에 나선 배경은?업계 관계자들은 두 업체가 이처럼 중소 전문 게임개발사 인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확충하고 약점으로 꼽히는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최관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넥슨과 엔씨소포트 등 대형 게임업체들의 M&A는 자신들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실리적인 선택"이라며 "개발·투자 자금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도 컨텐츠의 다양화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수치상으로도 지난해 최대 매출 7037억원을 달성한 넥슨은 두 업체를 인수하면서 게임업계 최초 1조원 매출 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그간 꾸준히 약점으로 지적됐던 FPS 게임 부분에 서든어택이 추가돼 20대 이용자층 확보에도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개발사 인수는 게임 컨텐츠의 다양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란 게 업계의 평가다. 그동안 엔씨소프트의 컨텐츠는 리니지, 아이온 등 MMORPG에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력 게임들의 해외실적이 감소(2010.1Q 기준)해 게임의 다양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이 때문에 대형 게임업체의 등장은 게임 개발자들에게 안정적인 개발 환경을 제공하고 경쟁력 있는 게임을 집중적으로 개발·공급할 수 있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긍정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게임업계에 미칠 영향은?
이들의 중소게임업체 잇딴 인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게임 개발사 한 관계자는 "대형업체들의 인수·합병이 안정적인 개발 환경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장점도 있지만 그 속에 속하지 못한 게임들은 다 죽어버리는 일자 독식의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업계에 미칠 파장도 만만찮다는 분석이다.인수 결과에 따라 현재 서든어택과 아틀란티카 등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CJ인터넷'과 'NHN' 등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어서다. 두 게임의 개발사가 넥슨에 인수되면서 서비스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