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마우스의 ‘디즈니’는 어떻게 디지털 강자가 됐나


‘미키 마우스’ 캐릭터로 대표되는 월트 디즈니는 더 이상 만화나 놀이동산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가 아니다. 디즈니는 지속적인 사업 다각화 과정을 거쳐 미디어 사업 부분이 전체 수익의 절반을 넘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 363억 달러, 영업이익 57억 달러, 순이익 36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쌓은 콘텐츠를 기반으로 사업 역량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콘텐츠를 전송할 새로운 미디어와 플랫폼에 주목해 변화를 반복해온 결과다.

전통적 광고보다 ‘구전효과’주목...페이스북 활용

12일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는 앤디 버드 디즈니 회장이 직접 나서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빅뱅에 디즈니가 어떻게 대처해 나가고 있는 지를 설명했다. 디즈니는 가장 먼저 소비자 상호 작용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소셜 미디어를 주목했다.

사람들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 사이트에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고, 소비자들은 커뮤니티를 통해서 서로 간에, 그리고 디즈니와 같은 브랜드들과 즉각적인 소통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디즈니는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보유한 350만 명의 팬을 활용, 페이스북에 자사를 위한 특별한 페이지를 마련했다. 이곳에 디즈니의 다양한 콘텐츠와 새로운 영화 소식 등을 실시간으로 올리는 것이다. 각각의 팬에게 평균 204명의 페이스북 친구들이 있다고 감안할 때 팬 한사람이 디즈니 뭔가가 좋다며 클릭해서 추천할 때마다 동시에 200여명의 그의 친구들에게도 이 같은 소식이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디즈니가 올리는 모든 내용에 대한 시장조사가 덤으로 이루어지는 셈이다.

소셜미디어와 더불어 가상세계와 게임이 소비자들의 삶에서 점점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디즈니는 관심을 기울였다.

이에 디즈니사는 콘솔 게임, 캐주얼 게임, 버추얼 월드 세 가지 종류의 게임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디즈니는 특히 ‘펭귄 클럽’이라는 가상세계를 만들었는데, 어릴 때 디즈니랜드에서 즐겼던 경험을 되살릴 수 있는 유사한 형태의 디지털 세계를 재현한 것이다. 클럽 펭귄은 영어, 포르투갈어, 불어, 스페인어 등으로 제공돼 전 세계 190개 국 어린이들이 이 가상세계 안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상호작용을 하며 게임을 하는 등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월 5.95달러를 내는 유료 서비스임에도 70만 명이 넘는 어린이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 콘텐츠 공급 틈새 없는 시청 경험 제공

디즈니는 인터넷과 전자세계에서만 디지털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디즈니가 가진 세계적인 테마공원(디즈니랜드)에 최신의 디지털 기술을 적용, 공원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경험을 향상시키고 있다.

‘캐리비안의 해석’ ‘니모를 찾아서’ 등 디즈니가 만든 대표적인 영화의 캐릭터들을 활용해 이들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그들에게 말을 거는 등 일종의 마술을 부리고 있다. 마치 진짜처럼 보이는 디지털로 만들어낸 영상을 통해서다.

디즈니는 또 소비자들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다양한 미디어 기기를 통해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 지난 2006년 애플 아이튠스와 솝잡고 자사가 보유한 드라마와 영화들을 서비스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키체스트’라는 기술을 개발해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구입해서 한 기기에서 보다가 동일한 콘텐츠를 다른 기기에서도 옮겨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디즈니는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이음매 없는(seamless)’ 시청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앤디 버드 회장은 “디즈니의 목표는 콘텐츠를 차별화된 방식으로 전달해 고객 경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기존에 TV나 영화로만 보던 디즈니의 콘텐츠를 지상파와 케이블, 위성, 모바일 등을 통해 세계 모든 소비자가 볼 수 있도록 앞으로 다양한 플랫폼의 유통망을 다시 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11일(현지시간) 디즈니는 지난 2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55% 늘어난 9억5300만달러(주당 48센트)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80억9000만 달러에서 85억8000만달러로 증가했다. 디즈니 측은 “미디어 네트워크의 수익이 증가 추세고, 영화 제작 역시 수익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