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콘텐츠산업이 고용선순환 시발점

제조업 대비 고용유발 2배이상
노하우 활용 글로벌 경쟁 강화를
"문화콘텐츠는 미래 성장동력이자 주력산업으로 경제 살리기의 큰 축입니다. " 2008년 3월 새 정부의 첫 대통령 업무 보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콘텐츠,미디어,3D 산업에서 2014년까지 8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 " 지난 4월 대통령이 주재한 제4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정부가 밝힌 내용이다. 게임이라는 문화콘텐츠산업 현장에서 뛰고 있는 경영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같이 분명하고도 일관된 정부의 메시지는 반가운 동시에 무거운 책임을 느끼게 한다.

통계청의 4월 고용동향 발표 자료에 따르면 1분기에 3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던 실업자 수가 90만명대로 하락하는 등 고용상황이 점차 나아지고는 있지만 사실상 실업자 수는 여전히 400만명을 넘는 등 불안요인이 상존해 있는 상태다. 문화콘텐츠산업의 경우 영화,음악,게임,출판,드라마,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 여러 사람들이 종사하고 있다. 어느 한 분야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게임 역시 문화콘텐츠산업 내 종사자 비중,수출 비중,성장률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09년 하반기 콘텐츠산업 분석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콘텐츠 업계 전체 종사자 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30.8%에 이른다. 또한 2009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은 연 20% 이상의 높은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문화콘텐츠 수출금액에서 게임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데 이는 우리나라 영화 수출금액의 50배를 넘는 수준이다.

문화콘텐츠 분야가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콘텐츠 펀드를 조성하고 스토리텔링 산업을 활성화하며 저작권 보호를 확대하는 등 정부가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을 통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정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특히 정부의 고용 전략에 있어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게임 등 문화콘텐츠 분야를 주목한 것 또한 잘한 일이라 본다. 엔씨소프트만 보더라도 1997년 10명으로 시작한 회사가 현재 진행중인 공개 채용을 마치면 직원 수가 한국 본사만 2000명을 넘고 해외법인까지 합치면 3000명을 웃돈다. 직원들의 연령은 평균 31세에 불과하다.

게임 등 문화콘텐츠의 경우 일반 소비자들의 감성과 상상력을 다방면으로 자극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1차 콘텐츠가 성공하면 다양한 파급 효과로 인해 관련된 다른 산업의 연속된 성공을 불러일으켜 연쇄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10억원당 6.3명에 불과하지만 콘텐츠 기업은 13.3명에 달한다게임 분야는 산업이 성장하면서 일자리를 늘리고 이런 일자리가 다시 산업성장을 가속화시키는 고용 선순환의 큰 바탕이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 다만 콘텐츠산업 육성을 통한 고용 창출을 꾀할 때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지금같이 수학을 소홀히 하고도 공대에 들어갈 수 있는 교육 현실은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의 장기적인 경쟁력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인재들이 법대나 의대로 몰리는 현상,즉 다른 분야에서의 꿈의 상실이 미래를 어둡게 한다는 것이다. 같은 모양의 틀 속에만 넣으려는 교육 현실과 꿈을 잃은 전공 선택으로는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다.

지금의 정부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일관되고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콘텐츠 기업은 지금까지 쌓아온 경쟁력과 노하우를 가지고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적극 뛰어야 한다. 여기에 우리나라 청년들의 콘텐츠를 통한 도전 열정이 더해진다면 정부가 제시한 콘텐츠 산업 육성을 통한 고용 창출 전략의 성공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김택진 < 엔씨소프트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