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한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

중국에 기대도 실망도 말아야
北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中 전략
중화인민공화국을 창건한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의 묘는 북한 땅에 있다. 6 · 25 한국전쟁 때 한반도로 밀고 들어온 중국군 총사령관 펑더화이의 러시아어 통역장교로 참전한 직후 1950년 11월 미군 폭격에 맞았다. 그의 유해를 본국으로 옮겨가지 않은 마오쩌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들을 북조선에 묻어 중국과 북조선 인민들이 고락을 함께하는 혁명정신을 구현하고 양국 인민의 우의는 혁명열사들의 선혈로 맺어진 것임을 설명해야 한다. "

마오안잉이 묻혀 있는 평안남도 회창군 '지원군열사릉원'은 북 · 중 간 혈맹(血盟)의 상징이다. 북한을 다녀가는 중국 고위관료들이 빠짐없이 들렀고,지난해 10월 북한을 방문했던 원자바오 총리 또한 이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지난 4월 말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직후의 이달 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방중 과정,더구나 북한이 천안함 사건의 '의심할 여지없는 용의자'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보인 이중적 태도를 두고 말들이 많다. 우리 외교당국이 불만을 표출하고 중국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개조의 언론보도도 잇달았다. 급기야 중국 외교부가 '주권'을 언급하면서 반박하고,우리 대통령이 나서 "천안함 사건 원인이 밝혀지면 중국 정부도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진화했지만 뒤끝은 영 찜찜하다.

외교행위에 어떤 형태로든 내막(內幕)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면 아마추어리즘의 단견,섣부른 조급증의 속내만 내보인 것에 다름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무엇보다 한 · 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과학적 · 객관적 조사를 평가한다"는 수사(修辭)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특별히 기대한 것 부터가 지나치게 순진한 접근이다.

외교의 최우선적인 가치,하나의 잣대가 국익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북 · 중 간 혈맹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중국이 우리보다 북한을 우선한다면 그것이 아직 그들의 국익에 더 부합되기 때문이다. 물론 혈맹만으로 북 · 중 관계를 설명할 수는 없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일관된 입장은 후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말한 "우호관계를 대대손손 계승하는 것이 역사적 책임"이라는 표현과 "양국은 내정 · 외교의 중대문제에 대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발언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봐야 할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은 북한의 유일한 후견국가로서 북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을 갖겠다는 말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대치를 염두에 두고 북한을 완충지대로 삼고있는 안보 관점에서만 그런 것도 아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원자바오 총리 방북 때 약속한 대규모 투자,북한의 주요 거점과 중국을 연결하는 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 등이 의미하는 것 또한 북한 경제를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에 종속된 경제구조의 북한이 지원 대가로 뭘 내줄 수 있고,손해보는 장사를 할리 없는 중국이 무엇을 요구할까. 있다면 북한 땅에 막대한 양이 묻혀 있는 철광석 아연 마그네사이트 등 지하자원뿐이다. 동북(東北)4성론이 괜한 말이 아닌 이유다.

그것이야말로 중국과 북한 관계의 본질일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우리는 많은 기대를 하지만,과연 중국이 북핵 해결 의지가 있는지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북의 핵보유가 중국 국익에 도움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면 답이 나올 문제다. 그동안 협상과 중단,재개를 반복하면서 북한에 벼랑끝 전술과 줄타기의 무대만 제공해온 6자회담 경과를 따져보면 그렇다. 중국에 대한 더 이상의 착각을 거둬들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와 중국의 국익이 충돌하는 교차점,그것이 만나서 호혜적 이득을 기대할 수 있는 접점이 무엇인지를 찾고,그것을 고리로 협상의 우위를 확보하는 일이다. 외교전략의 기본이기도 하다.

추창근 논설실장 k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