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원전 진출…두산重 10년 독점에 도전

2012년부터 설비 생산
국내 발전사업도 재개
현대중공업이 원자력 발전설비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1999년 정부의 산업합리화 정책에 따라 두산중공업(당시 한국중공업)에 발전설비 사업을 넘긴 지 10여년 만이다.

국내에서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원전 주기기 공급을 독점해온 두산중공업과의 한판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중공업 고위 관계자는 12일 "2012년부터 원전 주기기 제작 사업에 참여한다는 중 · 장기 사업계획을 확정했다"며 "올해부터 국내 발전사업 입찰에 참여하고 원전 보조기기 분야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원전 설비사업 진출로 조선업 중심에서 탈피,종합 중공업 회사로 거듭날 방침"이라며 "국내 원전 수출 경쟁력 확대에도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은 원전과 국내 발전사업에 필요한 설비투자 및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인력 확충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가 원전사업에 진출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말 한국전력에 대한 두산중공업의 원전 주기기 독점 납품권이 끝났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1단계로 내년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신울진 원전 등에 들어가는 복수기,격납건물 철판 등 원전 보조기기 수주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세계적 원전 주기기 업체들과 협력관계를 확대하고 국제 핵융합 실험로 제작에도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원자로,증기발생기,가압기 등 원전 주기기 제작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원전 관련 원천기술 보유 업체인 미국 웨스팅하우스,프랑스 알스톰 등과 협력해 원전 제작 사업에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전력기술(KOPEC)의 원전 모듈화 설계용역을 수행해 기술을 축적하고 향후 원전 모듈 발주시 수주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원전 설비 부문에서만 연간 1조~2조원 규모의 매출을 일궈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원전사업 신규 진출과 함께 10여년간 중단해온 국내 발전사업도 재개하기로 했다. 기존 해외 대형 복합화력발전소(1000㎿)와 열병합발전소 수주를 확대,해외 공사 실적을 발판으로 국내 발전사업에 참여한다는 복안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이 원전사업에 가세함에 따라 국내 발전설비 시장 판도가 재편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작년 말 UAE 원전 수출로 촉발된 원전사업 수직 계열화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