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자동차 노조, 성급한 목소리

정상화 조짐에 "수익 나누자"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등이 정상화될 조짐을 보이자 그동안 목소리를 낮췄던 전미자동차노조(UAW)가 "고통뿐 아니라 수익도 나눠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1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다음 달 론 게텔핑거 위원장의 뒤를 이어 UAW 위원장에 취임하는 밥 킹 내정자는 최근 경영진과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어려울 때 같이 희생을 감수했다면 수익을 낼 때도 이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가 순익을 내면 구제금융을 받는 과정에서 시간제 근로자들이 포기했던 혜택 중 일부를 다시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 측은 GM 구조조정 과정에서 시간제 근로자들이 연간 7000~3만달러의 복지 혜택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킹 내정자의 이 같은 주장은 노조원들로부터 환영을 받을 수 있지만 이제 막 수익을 내기 시작한 회사 측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노조가 다시 목소리를 내서 복지 혜택이 늘어나면 외국 경쟁사와의 원가 경쟁력에서 되밀릴 수 있어서다. 특히 총 620억달러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점을 감안하면 노조의 복지 혜택 확대 요구는 국민들의 거센 반발도 살 수 있다.

미시간주에 있는 '공공정책을 위한 매키낵 센터'의 폴 커세이 노동정책연구소장은 "구제금융이 채권자와 투자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면서도 노조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마련된 만큼 노조가 그동안 양보했던 것을 다시 갖겠다고 하면 결코 국민들로부터 지지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킹 내정자는 노조의 입장을 밀어붙이기보다는 '공평한 대우'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UAW는 신탁펀드를 통해 GM 지분 17.5%와 크라이슬러 지분 55%를 보유한 회사의 주인인 만큼 예전 같은 무리한 요구를 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게다가 작년 GM과 크라이슬러는 임금 문제와 관련해선 5년 동안 파업을 하지 않기로 회사 측과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