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물가 5% 급등…한국도 인플레이션 위기

석달째 상승…13개월만에 최고
삼성硏,4분기 소비자물가 3.7% 전망
8월전후 금리인상 가능성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국제 유가가 뜀박질하면서 수입물가가 치솟고 있다.

수입물가 급등이 아직까지는 소비자물가 급등을 불러오진 않았지만 하반기엔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분석이다. 일부 민간 연구소에선 올 연말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 범위 위로 뛸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내놓고 있다. ◆수입물가 급등세

한국은행은 지난달 수입물가지수가 140.92(2005년 100)로 지난해 3월(145.39) 이후 13개월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14일 발표했다. 지난달 수입물가는 한 달 전에 비해 1.2% 상승했으며 올 2월부터 석 달 연속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5.1% 뛰었다.

수입물가 급등은 원유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서 비롯됐다. 원유는 전달 대비 6.0% 올랐고 유연탄은 8.6% 상승했다. 동광석과 아연광석도 각각 1.9% 올랐다. 중간재 중에선 철강제품 수입가격이 크게 뛰었다. 월간 상승폭을 보면 슬랩 17.7%,합금철 7.0%,후판 8.0%,스테인리스강판 5.3%,냉연강판 5.6% 등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원 · 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나타내고는 있지만 원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폭이 워낙 크다 보니 수입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인플레이션 우려수입물가 급등이 지난달까지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직결되진 않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1월 3.1%,2월 2.7%,3월 2.3%,4월 2.6% 등으로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 범위(3.0±1.0%)의 아랫부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연구기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우선 국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원유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런 위언 블랙스톤 부회장은 올 연말께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2005년 기준으로 원유 가격이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가 0.42%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 유가 상승과 같은 비용 측면뿐만 아니라 내부 수요 측면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박이 나타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소비가 늘면서 물가가 뛴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자제됐던 임금 인상이 나타날 조짐이다. 금융노조는 3.7%의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은은 임금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가 3.2% 뛸 것으로 진단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소비자물가가 올 4분기께 3.7%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경우에 따라선 연말께 한은의 목표 범위 상단(4.0%)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금리 인상 언제

인플레이션 우려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 회복이 상대적으로 빠른 아시아 각국의 공통된 고민이다. 인도는 지난 2월과 3월 물가상승률이 각각 9.9%에 이르렀다. 베트남도 3월 9.5%에 달했다. 중국은 지난달 2.8%를 기록,1년6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시아 각국은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있다. 인도는 3월과 4월 두 달 연속 정책금리를 인상했으며 부동산가격이 들썩인 호주는 지난해 10월부터 여섯 차례 금리를 올렸다. 중국도 금융 긴축에 이어 정책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의 통화당국인 한국은행 역시 조만간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하반기엔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 총재가 '인플레이션 압력'이란 표현을 썼다는 것 자체가 금리 인상이 임박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의결문에서 금융완화 기조 유지 시점을 가리키는 단어인 '당분간'을 삭제했다는 것도 같은 차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2분기 성장률을 봐야 한다는 발언을 기초로 8월께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면 8월 이전이라도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