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지갑 '활짝'…백화점에 초호화 보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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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도 급증…1분기에 300만명14일 오후 2시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동 본점 옥상 하늘공원.1억6300만원짜리 '코발트242'를 비롯한 고급 요트 3대 사이로 50대 후반 중년 부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팔당댐에서 가족과 함께 즐기려고 들렀다"는 김모씨는 전시된 요트들을 꼼꼼히 살펴본 뒤 곧바로 상담실로 향했다.
이날 행사는 현대백화점이 4년 만에 여는 '럭셔리 요트 페어'.부유층을 중심으로 '럭셔리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요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행사를 마련했다는 것이 현대백화점의 설명이다. 달라진 것은 4년 전인 2006년에는 요트를 '소개'하는 데 주안점을 둔 반면 이번에는 '판매'에 주력한다는 점이다. 경기 호황의 정점(頂點)이었던 2006년보다 고소득층의 소비가 더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베스트마린의 박지국 상무는 "주로 1억~2억원짜리 요트가 많이 팔리지만 행사 첫날인데도 벌써부터 7억9000만원짜리 '님버스'모델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주말에는 현대백화점 VIP 고객과 요트 동호회 회원들이 상당히 몰려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자들이 지갑을 활짝 열었다. 빠른 경기 회복으로 돈벌이가 나아지고 소비심리도 개선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였던 씀씀이를 다시 늘리고 있다. 고소득층의 소비는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경기 선순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고소득층 소비 증가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월평균 가계지출(전국 2인 이상 가구 기준)은 303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1% 증가했다. 특히 소득 상위 20% 계층의 가계지출은 536만900원으로 10.3% 늘었다.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최대 증가율이다. 정규돈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경기가 좋아질 때는 고소득층이 가장 먼저 지갑을 연다"고 말했다. 1분기 소득 상위 20%의 가계소득은 월평균 797만7300원으로 7.4% 늘었다.
고소득층의 지출 증가는 현장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고가 수입차나 중대형 국산차,백화점 명품 등 고소득층이 주로 구매하는 제품은 판매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새로 나온 인기 차량의 경우 주문이 몰리면서 구입하려면 최소 한두 달은 기다려야 할 정도다.
해외여행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1분기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298만여명으로 전년 대비 31% 늘었다. 크루즈를 포함한 장기 고가 해외여행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정종태/강유현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