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치닫는 태국…방콕 모든 학교 개학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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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사관 가족에 철수 권고…한국 기업들 사태 예의주시태국에서 정부와 반정부 시위대(레드셔츠) 간 유혈 충돌이 나흘째 이어지면서 정국이 또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방콕 대사관 직원 철수 권고태국 정부는 방콕을 비롯,총 17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17일로 예정된 방콕 학교들의 개학도 일주일 연기됐다고 현지 신문인 방콕포스트가 16일 보도했다. 태국 정부는 또 비상사태 선포 지역을 확대하고 17~18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시위대에 대한 봉쇄 작전을 강화해 나갔다.
유혈 충돌이 계속되자 방콕 소재 외국 대사관에서도 철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주말 방콕 주재 대사관 직원들과 가족들에게 "방콕에서 철수하라"고 권고했다. 현재까지 자국 대사관 업무를 중단한 국가는 미국과 영국,일본,네덜란드,뉴질랜드,불가리아,스위스 등 총 7개국이다.
한국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방콕 주재 한국 대사관은 시위가 벌어지는 라차프라송 거리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면서도 "교민들에게 시위 지역 접근을 금지하는 등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 200여곳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아직까지 철수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승범 KOTRA 태국KBC 부장은 "국내 기업들이 대부분 방콕 도심에서 벗어난 곳에 있어 시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화 통한 사태 해결 희박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날 "태국 군경이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라차프라송 거리를 완전 봉쇄했으며 시위대가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3일 시작된 유혈 충돌로 인한 사망자는 30명,부상자는 200여명에 이른다. 태국 정부가 봉쇄 지역인 라차프라송 거리 주변을 '실탄 발사구역(Live Fire Zone)'으로 지정해 군경에 실탄 사용을 허락했기 때문에 피를 흘리는 시민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시위대 5000여명은 타이어와 차량 등에 불을 지르며 새총과 사제 로켓,수류탄까지 동원해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레드셔츠는 점거 지역을 라차프라송 거리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정부와 시위대 모두 양보하지 않겠다고 밝혀 대화를 통한 해결 조짐은 희박한 상태다. 중재자 역할이 가능한 유일한 존재인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은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했으며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는 15일 TV 연설에서 "정부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시위대가 자진 해산해야 상황이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피싯 총리는 "레드셔츠가 스스로 해산하지 않을 경우 군경을 투입해 해산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