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선수와 지도자

사람을 변하게 하는 요소는 많다. 나이 외모 지위 돈 인기 등. 나이는 특히 더 그렇다. 나이에 따라 입장과 위치가 바뀌고,입장과 위치가 바뀌면 역할과 대우가 달라지고,역할과 대우가 달라지면 생각과 가치관 및 행동 또한 변하는 까닭이다.

"엄마 아버지와는 말이 안통한다"며 대들던 자식도 부모가 되면 말 안듣는 자녀를 향해 "너도 자식 낳아 키워 보라"며 한숨짓고,"우리 팀장은 왜 저렇게 권위주의적인가"라고 비판하던 이들이 막상 그 자리에 오르면 "요즘 후배들은 왜 이리 제멋대로인가"라며 탄식한다. 거꾸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은 나이 들면서 갑작스레 떨어지는 인기와 줄어드는 입지 앞에 당황하기 쉽다. 어느 쪽이든 달라진 입지와 역할을 받아들이고 인생의 다음 단계로 잘 들어서자면 새롭게 터득하고 유지해야 할 덕목들이 필요하다.

최희암 전 연세대 감독(55)이 최근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로 한 옛제자 문경은 · 이상민 · 우지원씨에게 던진 조언은 그런 점에서 상당히 솔깃하다. 최 전 감독이 언론 인터뷰에서 주문한 지도자의 덕목은 경험 · 실력 · 사람 등 세 가지.

감독에서 경영인(고려용접봉 중국법인 대표)으로 변신한 그는 선수와 지도자의 가장 큰 차이로 보호자 유무를 꼽았다. 감독과 코치,팬들이 보호해주는 선수와 달리 지도자는 동료,팬,구단 누구도 돕지 않는 만큼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충고다. 그러자면 위기 때마다 닥치는,자신과 선수의 흥분이란 내부의 적과 위축이나 방심이란 외부의 적 모두를 막아낼 수 있도록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각종 전략과 전술을 익히고 이를 선수에게 전달할 '실력(내공)'을 키우고,겸손한 태도로 '사람'을 따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는 몰라도 감독은 독불장군이 되면 끝장이란 얘기다. 아울러 모든 결정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만큼 판단은 직접 보고 깊이 생각한 뒤 믿을 만한 사람과 잘 상의해서 내리라고 덧붙였다. '밥값을 계산하고,항상 환영받을 것이란 기대를 버리라'는 내용도 있다.

선수와 감독 시절 빛과 어둠 속을 두루 통과해서인지 최 전 감독의 조언은 어떤 리더십 강의보다 가슴에 와닿는다. 경험 · 실력 · 사람은 선수에서 지도자로 거듭나려는 농구스타들뿐만 아니라 인생의 다음단계를 시작하는 모든 이에게 필요할 게 틀림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