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전망] '보금자리 열풍' 지나간 뒤 실수요자 주택매수 나설듯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
무주택자들 보금자리 청약 올인
대출규제 풀어도 거래 안살아나…
2006년 판교 공급 때도
분양 끝나자 집값 급등
전셋값은 당분간 더 뛸듯
최근 부동산 시장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비수기로 접어든 지난 4월 이후 주택 거래량은 크게 줄었다. 급매물조차 매수자가 없어 팔리지 않고 있다. 매도호가만 존재할 뿐 실거래가 없어 하락폭을 점치기 어렵다.

주택과 마찬가지로 상가나 토지도 투자자를 찾지 못해 거래가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 14만호에 이르는 미분양 아파트가 산재해 있는 데다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와 베이비부머의 은퇴에 따른 주택수요 감소를 우려해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DTI 풀어도 집값 안 올라

현재 총부채상환비율(DTI · Debt To Income) 규제가 제2금융권까지 확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대출규제와 상관없이 집 구입 의사를 가진 수요층이 추가 하락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 효과는 제한적이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을 움직일 변수는 크게 볼 때 유동성과 수급으로 정리된다. 유동성이 확장되고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부동산 등 실물자산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수급 여건이 나빠져 공급이 초과되는 시기에는 집값이 하락하고 수요가 초과하는 시기에는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 ◆보금자리주택 기대 심리가 하락세의 요인


최근 주택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한 이유는 무주택자가 집을 사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에 비해 30~50%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보금자리주택을 수도권에서만 60만채 가까이 짓겠다는 계획을 정부가 발표한 이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셋값이 뛰는 건 알고 있지만 집의 규모를 줄여서라도 보금자리주택의 혜택을 꼭 받겠다는 무주택자가 너무 많다. 전세금이 2억원이 넘고 상당한 금융자산도 갖고 있어서 주택을 구매할 능력이 높은 무주택자일수록 보금자리주택을 더욱 기다린다. 보금자리주택이 지어지면 주변시세가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집을 구입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무주택자가 집을 구입하지 않기 때문에 직장 이전,대출금 상환,생계자금 등의 이유로 집을 팔고 꼭 이사를 해야 할 사람들도 집을 팔지 못하고 있다. 주택을 팔고 사는 연결 고리가 끊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싼값에 내놓고 흥정하면 팔릴 수 있어야 집을 내놓을 텐데 매수 희망자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팔릴 수 있는 가격의 바닥을 확인하기조차 어렵다. ◆2006년 판교 분양 후 집값 급등

과거 판교신도시 분양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져 주택수요가 위축되다가 2006년 8월 판교 동시분양이 끝난 후 무주택자가 대거 기존 주택 구매에 나서면서 2006년 9월 이후 집값이 급등했던 사례가 있다. 이를 돌이켜볼 때 최근 보금자리주택과 위례신도시 분양을 기다리는 실수요자가 움직일 시기는 보금자리주택과 위례신도시의 주요 물량에 대한 분양이 끝나는 시기가 될 공산이 크다. 분양 일정이 변하고 있어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대체로 2012년 상반기~하반기 중 구입을 유보했던 무주택 실수요자가 본격적인 주택 구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60%까지 갈 수도

금융위기 이후 주택 매매시장이 침체되고 있지만 전세의 경우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월 이후 올 4월까지 수도권의 주택 매매가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반면 전세가는 8.1%가 올라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택 매매가는 실수요 외에도 투자수요의 움직임과 연관이 있다. 반면 전세가는 순수하게 실수요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작년 이후 전세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수급 여건이 나빠졌다는 방증이다. 다만 2007년 12월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던 분양물량이 올해까지 입주를 마무리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전세난은 2011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서울지역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41.5%로 64.6%에 달했던 2001년 10월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수도권지역의 전셋값 비율 양상도 비슷하다. 따라서 당분간 매매가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전세가가 뛰면서 전셋값 비율이 60%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실물경기 회복 후 부동자금 유입 가능성

부동산 자산 가격은 장기적으론 금리 움직임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2000년대 초 세계적인 부동산가격 상승은 미국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퍼졌다. 앞으로도 이 같은 저금리 추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실물자산의 가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여년간 기준금리를 연4~5% 선에서 유지해 오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초 2%로 내렸다. 이 같은 역사적인 저금리가 15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유지되고 있지만 화폐 유통 속도가 느리고 내수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지 않아 유동성 팽창 현상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재 시중에는 6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있다. '더블딥'(double dip ·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 등 향후 노출될 수 있는 악재에 대한 불안감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그냥 주머니 속에서 잠자고 있다. 앞으로 이들 부동자금이 실물경기 회복과 더불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시점에 부동산 시장으로 대거 몰려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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