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에 붙어 스스로 작업하는 용접로봇

동주웰딩, 레일·지지대 없이 레이저 센서로 위치 감지
비용 50% 절감…외국산과 승부
울산의 자동화 설비 전문기업 동주웰딩(대표 손동주 · 35)이 레일 없이 용접부위를 스스로 찾아다니는 자동용접 로봇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17일 로봇 표면에 부착된 영구자석의 힘으로 용접면에 달라붙어 4륜바퀴가 360도 방향전환하며 자유롭게 용접할 수 있는 '자주식 강관용접 로봇'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로봇은 무게 14㎏,폭 30㎝ 크기로 내장된 레이저 센서가 용접위치를 찾아내도록 고안됐다. 회사 측은 월 100세트의 생산능력을 갖췄다고 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한 로봇은 작업의 시작과 끝 지점,용접선,용접전압 및 전류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고 고장을 자가 진단하는 인공 지능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형 석유관 및 가스관 수도관 오폐수관 등의 내 · 외부 천장과 측면 부분,조선 선체블록의 곡면 작업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됐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작업 전에 레일과 지지대를 설치해야 하고,평균 7~8명의 인력이 필요했던 기존의 용접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형 파이프관 용접은 사실상 용접사의 노하우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았다.

손동주 대표는 "자주식 로봇은 2명 정도의 최소 인원이 도움을 주면 작업이 어려운 부분을 쉽게 용접할 수 있다"며 "기존 제품에 비해 용접속도는 평균 3배 이상 빨라진 반면 용접비용은 절반 이하로 낮춰졌다"고 말했다. 동주웰딩은 최근 이 로봇에 대해 국내 특허를 등록한 데 이어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중국 인도 호주 캐나다 베트남 등 세계 10여국에도 특허를 출원했다.

손 대표는 "4000억원 규모의 국내 용접설비시장을 외국산이 과점하고 있는 양상"이라며 "자주 로봇의 공급가격을 외국산(세트당 2억~3억원)의 절반 이하로 낮춰 한판 승부를 벌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2008년 본격 수출전선에 뛰어든 동주웰딩은 지난해 8억원어치의 용접로봇을 수출한 데 이어 올해는 자주식 로봇을 간판 상품으로 50억원어치를 내보낼 계획이다. 이미 자주식 로봇개발 소식이 국내외로 알려지면서 국내 조선업체는 물론 싱가포르 인도 베트남의 현지 딜러로부터 수주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5살이던 2000년 자본금 500만원을 들고 용접사업에 뛰어든 손 대표는 양면 측면 전면 등 다양한 위치에서 용접이 가능한 이동식 자동 용접기(오토 캐리지)와 용접 토치 등 지금까지 무려 1600여종의 용접 소재를 국산화했다. 이 같은 기술개발 열정 덕분에 그는 해마다 2배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이어왔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70억원 증가한 200억원의 매출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극도의 안전성이 요구되는 원전과 심해 유전개발 플랜트용 용접로봇 시장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손 대표는 "용접 기자재가 전체 산업에 미치는 중요성에 비해 국가적 관심은 그리 높지 못한 게 안타깝다"며 "동주웰딩을 세계적인 용접기자재 브랜드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